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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극한의 데일리 슈퍼카, ‘페라리 GTC4 루쏘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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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극한의 데일리 슈퍼카, ‘페라리 GTC4 루쏘 T’

입력
2018.04.17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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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GTC4 루쏘 T는 데일리 드라이빙을 추구한 '패밀리 슈퍼카'다.
페라리 GTC4 루쏘 T는 데일리 드라이빙을 추구한 '패밀리 슈퍼카'다.

부드러운 곡선의 실루엣이 길게 늘여진 페라리는 새하얀 차체를 뽐내며 기자의 심장을 두드렸다. 가족을 위한 페라리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GTC4 루쏘에 V8 터보 엔진을 탑재한 ‘GTC4 루쏘 T’와의 재회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페라리 GTC4 루쏘 T는 610마력을 내는 페라리 V8 터보 엔진을 통해 페라리 고유의 강력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2+2 시트 구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차량이다.

페라리는 이러한 특성을 기반으로 GTC4 루쏘 T가 페라리 오너들의 라이프에 더욱 다양한 옵션과 방향성을 제시할 모델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기자 역시 이번 재회를 통해 ‘일상 속에서의 GTC4 루쏘 T’의 가치를 살펴보기로 했다.

인제 스피디움에서 달리기 실력을 뽐냈던 GTC4 루쏘 T

시간을 1년 정도 거슬러 올라가면 GTC4 루쏘 T와의 첫 번째 만남이 되살아 난다.

고저 차를 자랑하는 인제 스피디움을 질주하던 GTC4 루쏘 T는 V12 엔진의 그 감흥은 주지 못했지만 풍부한 출력과 사운드, 그리고 펀치감을 이어가며 기자를 긴장시켰고 압도적인 변속기와 뛰어난 조율 능력을 자랑하는 서스펜션을 과시하며 코너를 파고들었다.

GTC4 루쏘 T는 깊은 코너에 던져진 자신의 붉은 차체를 사이드 슬립앵글 컨트롤(SSC3)이 결합된 4WS(Rear-Wheel Steering) 시스템으로 매끄럽게 코너를 탈출하며 자신의 가치를 과시했다. 그 때 느꼈던 ‘네 명의 사람이 탈 수 있으며 그와 중에 페라리 고유의 드라마틱한 드라이빙’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정말 강렬하게 각인되었던 것이다.

일상 속에서 만난 페라리 GTC4 루쏘 T

시간을 되돌려 2018년 3월로 돌아오자. 눈 앞의 GTC4 루쏘 T는 열정의 레드가 아닌 우아하고 단아함을 과시하는 흰 차체를 가지고 있었다. 그 단아한 색상에 서킷에서의 감흥을 조금 미루고 하나씩 살펴보기로 했다.

4인승 페라리, FF의 뒤를 이어 등장한 GTC4 루쏘 T는 4,922mm의 전장과 1,980mm의 전폭 그리고 1,383mm의 전고를 갖췄다. 여느 페라리와 비교하더라도 제법 큰 체격임을 단 번에 알 수 있다. 여기에 2+2 시터의 특성을 반영하여 2,990mm의 긴 휠베이스와 1,740kg의 공차 중량을 보유하게 되었다.

네 명을 위한 럭셔리 고성능 GT 모델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GTC4 루쏘 T의 1열 공간은 여느 페라리보다도 페라리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 붉게 물든 대시보드와 시트를 적용해 스포티한 맛을 더욱 살린 공간은 수작업을 거쳐 고급스럽게 처리된 좌우대칭의 대시보드와 10.25인치 디스플레이 패널로 균형을 잡았다.

특히 주행 성능의 개선을 위해 시트 곳곳에 경량화 소재를 적용한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사이드 볼스터에 볼륨을 한껏 채우고 운전자를 비롯한 탑승자의 몸을 확실히 고정해주는 형태를 적용한 1열 시트는 예상 외의 넉넉한 부피를 갖춰 서킷 주행은 물론이고 데일리 드라이빙에도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다.

한편 4인승 페라리를 추구하는 만큼 확실한 탑승 공간을 확보했다. 고급스럽게 제작된 4개의 시트는 모두 랩 어라운드 방식으로 제작되어 탑승자에게 최적한 공간과 안락함을 제공하면서 페라리 고유의 스포티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여기에 긴 전장과 휠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패키징을 바탕으로 한 가족을 위한 차량이 되었다.

물론 2열 공간은 탑승자의 키가 175cm 이상일 때에는 레그룸 확보에 아쉬움이 남는다.

트렁크를 열면 곧바로 기대 이상의 적재 공간이 나타난다. 큼직한 크기의 백팩은 물론이고 여행을 위한 캐리어 또한 적재가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 큰 매력으로 느껴질 것이다. 여기에 2열 시트 또한 폴딩 기능을 갖추고 있어 상황에 따라 2열 시트를 접고 더 넓은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이 차량에게 통상적인 ‘세단’의 공간을 요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일상을 위한 차량으로 충분한 페라리

따듯한 봄의 햇살 아래 살펴본 GTC4 루쏘 T는 여느 페라리들에 비한다면 5m에 육박하는 그 체격이 다소 부담되는 건 사실이지만 차량의 요소 자체로는 일상을 위한, 혹은 가족을 위한 차량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다만 긴 보닛과 페라리 고유의 감성을 연출하면서 2+2의 시트 구성을 위해 더해진 패스트백의 후면 스타일링은 내심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이 스타일링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매력적인 2+2 데일리 페라리를 만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서킷이 아니어도 즐거운 존재, GTC4 루쏘 T

차량을 둘러보고 곧바로 시트에 몸을 맡겼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롱 노즈’ 실루엣의 보닛이 돋보이고 1,980mm의 전폭을 가득 채운 넉넉하고 고급스러운 실내 공간이 눈길을 끌었다. 시트의 위치를 조절하고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강력한 V8 엔진을 깨웠다.

GTC4 루쏘 T는 시동과 함께 묵직한 소리를 내질렀다. 포효하는 V12 고유의 사운드는 아니지만 존재감을 과시하기 충분하다. 강렬한 시동은 덕분인지 ‘눈에 띄지 않는’ 흰 차체에 많은 이들이 시선을 집중시켰다.

패들 쉬프트를 당기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며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페라리 고유의 경쾌하고 날카로운 엔진 반응을 과시하며 RPM이 치솟았고 등 뒤에서 들려오는 V8 사운드가 듣는 즐거움을 전했다. 이 순간은 바로 2016 올해의 엔진상에서 ‘올해의 엔진 대상’을 포함하여 4개 부문을 동시에 석권한 V8 3.9L 트윈 터보 엔진이 존재감을 발휘할 때다. 강력한 출력은 길게 펼쳐진 아스팔트를 짧게 그려내며 폭발적인 가속력과 거침 없는 출력을 발산했다.

강렬한 사운드를 내지르는 610마력의 V8 엔진은 페라리 기술의 정점 중 하나인 7단 F1 DCT 변속기가 이어 받는다. 강력한 출력이지만 변속 상황에서 운전자가 느끼는 충격은 ‘0’에 가깝다. 압도적인 속도와 압도적인 민첩성 그럼에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그 모습에 찬사를 보낼 뿐이다.

변속 충격조차 제대로 다스리지도 못하면서 스포츠카의 ‘완성도’를 외치는 몇몇 브랜드, 그리고 그 모습을 막연히 ‘진리’라 따르는 이들의 모습이 머리 속을 잠시 스쳐갔다. 물론 속도를 높이고 고 RPM 영역까지 엔진을 몰아세우면 변속기의 충격이 전해지지만 차체와의 일체된 움직임으로 ‘스포티한 감성’만을 연출할 뿐이지 결코 부담은 생기지 않는다.

다만 아쉬움이 사운드가 강렬하다고는 하지만 계속 듣고 있으면 어딘가 아쉽게 느껴진다. 아이들링 상태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엔진의 포효하는 감성, 마치 강력한 출력을 토해내는 것 같은 그 감성이 다소 부족하다. V8 터보 엔진에 많은 힘을 더했다고는 하지만 이것이 ‘V12 페라리’를 대체하는 듣는 즐거움이라 말하긴 아쉬움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브레이크 성능이다. 강력한 차량은 그에 걸맞은 제동 성능을 갖춰야 하고, 단순히 ‘제동력’만 좋을 것이 아니라 그 제동력이 얼마나 꾸준히 이어지고 지속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물론 일상에서는 그 ‘지속성’을 강조할 필요는 없겠지만 GTC4 루쏘 T의 브레이크 성능에는 의문의 여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데일리 슈퍼카’라는 컨셉에 맞춰 과감한 페달 조작에도 운전자나 탑승자가 불안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제동 밸런스를 가지고 있어 어떤 상황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차량의 움직임은 체격이 느껴지지만 그 만족감은 상당하다.

코너를 파고들 때 느껴지는 GTC4 루쏘 T의 크기감은 상당히 크게 느껴진다. 전장도 긴데다가 보닛 라인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량의 움직임은 무척 우수한 편이다. 고급스럽고 역동적인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을 통해 전해지는 ‘다루는 재미’는 물론이고 사이드 슬립앵글 컨트롤(SSC3)이 결합된 4WS(Rear-Wheel Steering) 시스템이 더해지며 그 완성도에 힘을 더한다.

시승을 하면서 문득 인제스피디움에서 경험했던 GTC4 루쏘 T의 움직임이 떠올랐다. 실제 GTC4 루쏘 T는 서킷 위에서 다소 길고 큰 체격과 무게감이 있는 움직임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 어떤 코너라도 ‘페라리의 명성’에 흠이 가는 모습이 없었으며 테크니컬 코스에서도 아무런 부침 없는 매끄럽고 걸출한 움직임을 과시했었다.

다양한 기능이라는 무기를 더한 GTC4 루쏘 T

과거 슈퍼카라고 한다면 ‘일정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이목을 끄는 존재였다. 하지만 최근의 트렌드는 ‘강력한 퍼포먼스’와 편의성까지 모두 갖춰야 하는 존재나 다름 없다. 그런 의미에서 GTC4 루쏘 T는 시장의 흐름을 잘 따르는 모습이다.

우수한 한글화 완성도를 자랑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다양한 기능을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통해 손쉽게 조작할 수 있으며 JBL 사운드 시스템 역시 듣는 즐거움을 충분히 보장하기 때문이다.

좋은점: 강력한 엔진, 뛰어난 변속기 그리고 우수한 움직임

안좋은점: 아쉬움이 남는 후면 디자인, 그리고 V8 엔진의 아쉬운 사운드

가족을 위한 데일리 슈퍼카, GTC4 루쏘 T

GTC4 루쏘 T는 가족이 함께 하는 슈퍼카다. 즉 현실적인 요인을 고려하고, 이를 기반으로 타협한 페라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나 완성도 면에서는 ‘페라리’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그 우수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2+2 시트 구성을 기반으로 해 ‘네 명의 사람이 드라마틱한 드라이빙’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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