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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창고’ 순위 10위까지 오르다
조작 걸린 후 1633위까지 떨어져
돌연 불만 글 남기고 활동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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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17일 매크로 첫 사용”
경찰의 댓글조작 설명과 배치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김모(49ㆍ필명 드루킹)씨가 이미 작년 7월 매크로 조작을 시도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올해 1월 17일 이전엔 매크로 사용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작년엔 팟캐스트 순위 조작, 올해는 댓글 조작으로 달라 보이지만 쓰인 매크로 기술은 같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매크로(Macro)는 댓글 등을 한꺼번에 대량 입력해주는 여론 조작용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7월, 팟캐스트업체 A사와 아이폰 팟캐스트 애플리케이션에는 김씨가 제작ㆍ유포하는 팟캐스트 방송 ‘드루킹의 자료창고’가 등록됐다. 방송 활동 시작 18일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 김씨는 돌연 글 하나를 남기고 활동을 중단했다. 현재는 9월 발행된 7분 분량 에피소드 하나만 남아있는 상태다.
당시 김씨는 팟캐스트 방송의 ‘다운로드 수’를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 방송 다운로드 횟수가 높을수록 순위가 올라 메인 화면에 배치돼 이목을 끌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매크로 조작으로 김씨의 팟캐스트는 지난해 7월 23일 최고 10위까지 올라갔지만, 조작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9월 30일에는 1,633위까지 떨어졌다. A사는 본보에 “비정상적 매크로 움직임을 알아차려 즉각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씨는 A사의 운영 방식에 불만을 터뜨리는 글을 남긴 채 활동을 중단했다. ‘팟캐스트가 종합 10위에 올랐을 때 방송 조회 수가 2만2,000건이었는데 어제 3만6,000건 재생됐는데도 종합순위는 31위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해당 글에는 ‘18일 동안 방송을 하면서 저의 소기 목적인 문재인 지지자들의 여론 환기는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제 생각에 반대하면서 날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그 증거’라는 내용도 담았다. 대선 이후에도 문재인 대통령 지지 활동을 온라인에서 꾸준히 해 왔다는 것으로 읽힌다. 매크로 조작은 올해 1월 17일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기사에 대한 댓글 조작이 처음이라는 경찰 설명과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팟캐스트 순위 조작과 댓글 조작에 사용되는 매크로 기술이 근본적으로는 같다고 입을 모은다. 윤주범 세종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매크로는 어떤 자동화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인데, 다운로드든 댓글 추천이든 순위를 조작하는 기본 원리는 같다”고 말했다. 이준행 프로그래머는 “플랫폼마다 프로그램의 변형은 있지만 매크로 원리는 같다”라며 “A사는 매크로를 감지해 막았고, 포털 사이트는 막지 못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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