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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값 받는 64쪽짜리 단편...역시 '하루키 파워'

입력
2018.04.17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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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 페이스북 캡처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 페이스북 캡처

역시 하루키인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버스데이 걸’(비채)이 나왔다. ‘단편소설집’이 아닌 단편소설 한 편. 짧은 소설에 독일 일러스트레이터 카트 멘시크의 몽환적 그림을 곁들인 어른용 그림책 혹은 아트북이다. 독일에서 기획한 ‘소설 X 아트’ 시리즈의 번역본으로, 64쪽짜리 하드커버 책 가격이 1만3,000원이다. 책 가격을 분량으로 매길 수는 없겠지만, 국내 출판시장에서 ‘하루키 파워’가 여전히 세다는 걸 보여 주는 사례다.

대조적으로, 한국 작가들의 단편소설집은 가격 할인 마케팅 중이다. 신예 작가들의 이별 소설 8권을 묶은 ‘서로의 나라에서’(은행나무)와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문학동네)은 최근 초판 1쇄에 한해 각각 5,900원과 5,500원에 나왔다. 단편소설집의 가격은 보통 1만5,000원대 안팎이다.

하루키 단편소설로 만든 ‘소설 X 아트’ 시리즈의 국내 출간은 이번이 네 번째다. ‘잠’(2012) ‘빵가게를 습격하다’(2013) ‘이상한 도서관’(2014)을 문학사상사가 냈다. 모두 1만3,800원. ‘하루키 책이 나오면 일단 사 모으는’ 하루키 마니아들이 주로 샀다. ‘잠’은 약 4만부가 팔렸다.

‘버스데이 걸’ 판권을 놓고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모 출판사가 멘시크 측과 계약을 진행하는 사이에 비채가 하루키 에이전시와 ‘담판’을 지었다. 김영사의 문학 임프린트인 비채가 최근 문학책 시장을 공격적으로 두드리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키 브랜드’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장선정 비채 편집장은 16일 “가격 논란이 있는 걸 알고 있다. 책이 서점에 깔리자마자 반응이 꽤 좋다”고 했다. ‘버스데이 걸’은 전자책(9,100원)과 종이 책이 동시에 나왔다. 하루키는 전자책을 기피하는 것으로 이름 나 있는데, 이번엔 전자책 출간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버스데이 걸’은 스무 번째 생일을 맞은 소녀가 보내는 기묘한 하루의 이야기다. 하루키가 생일을 주제로 한 영미권 소설 12편을 엮어 낸 소설집 ‘버스데이 스토리스’(2002)에 마지막 편으로 실었다. 일본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수록됐다. ‘소설 X 아트’ 시리즈로는 독일에서 지난해 나왔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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