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7전4승제)에서 2연패 이후 2연승으로 흐름을 가져온 문경은(47) 서울 SK 감독은 16일 5차전에 앞서 “잠실(6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고 싶다”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선수들에게 ‘세리머니를 크게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문 감독의 주문대로 SK 선수들은 마음껏 포효했다. 역대 챔프전 한 경기 최다 3점슛 2위에 해당하는 15개의 소나기 3점슛을 퍼부었다. 정신 없이 터지는 3점포에 원주 DB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SK가 이날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7~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프 5차전에서 DB를 98-89로 따돌리고 2000년 첫 우승 이후 18년 만의 두 번째 우승까지 1승 만을 남겨뒀다. 2승2패에서 3승을 먼저 따낸 팀은 총 10회 중 8차례(80%) 정상에 올랐다. 반면 DB는 1,2차전을 가져간 뒤 세 경기를 내리 패해 벼랑 끝으로 몰렸다. 양 팀의 6차전은 18일 잠실로 옮겨 펼쳐진다.
SK 선수들은 현역 시절 최고의 슈터로 명성을 떨친 문경은 감독처럼 무서운 화력을 뽐냈다. 이날 총 27개의 3점슛을 던져 15개를 적중시켰다. 울산 모비스가 2006년 4월 21일 서울 삼성과 챔프전에서 17개를 성공한 것에 이은 한 경기 최다 3점슛 공동 2위 기록이다.
특히 46-42로 앞선 채 맞은 3쿼터에 10개를 던져 무려 8개를 꽂아 77-61로 달아났다. 한 쿼터에 3점슛 8개를 성공시킨 것은 역대 최다 기록이다. 테리코 화이트(23점)와 제임스 메이스(25점)가 각각 3점포 4개씩 터뜨렸고, 최준용(14점)과 이현석(11점)은 2개씩 넣었다. 이밖에 김민수(10점), 최원혁(3점), 안영준(4개)이 1개씩 추가했다. DB는 두경민(24점)이 3점슛 6개로 응수하는 등 11개로 맞섰지만 SK의 기세를 꺾지 못했다. 이상범 DB 감독은 경기 후 “상대 슛이 너무 잘 들어갔다”며 패배를 받아들였다.
SK의 외곽이 폭발한 건 우연이 아니다. 문 감독은 단기전에서 연거푸 터지는 3점슛이 승부를 가를 수 있는 무기로 생각하고 플레이오프 전 슈터들에게 특별 훈련을 지시했다. 선택된 선수들은 위치를 바꿔가며 3점슛을 던지고 목표 성공 개수를 채운 뒤에야 훈련을 마쳤다. 문 감독은 “코치들이 선수들과 붙어 슈팅 훈련을 했다”며 “성과가 나올 때까지 훈련을 끝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SK의 외곽슛 특별 훈련 효과는 지난 4일 전주 KCC와 4강 플레이오프 4차전 때 15개의 3점슛 성공으로 잘 나타났고, 이날 또다시 빛을 발했다.
원주=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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