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교육회의→개편특위→공론화위
4개 조직 중층구조로 넉달간 개편안 마련
“공정성 강화” 명분… “책임 회피” 비판론
“신고리 원전과는 다를 것” 지적도
2022학년도부터 달라지는 대학입시제도의 얼개를 만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국가교육회의의 공론화 로드맵이 16일 공개됐다. 국가교육회의 밑에 실무를 맡을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개편특위)와 공론화위원회 2개의 기구를 구성한 뒤 3차례의 촘촘한 의견수렴을 거쳐 다수가 지지하는 대입정책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대입제도의 파급력을 의식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고작 4개월에 불과한 짧은 일정 내에 교육부-국가교육회의-개편특위-공론화위 등 무려 4개 조직이 얽힌 중층 구조에서 해법을 도출하겠다는 발상이어서 과도하게 형식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2개 전문기구에 여론수렴만 3번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 추진방안의 기본 방향을 ‘공정성 강화’에 맞췄다. 제도 변경에 따른 유ㆍ불리가 천차만별인 데다 일련의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현실에서 교육 수요자 다수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인령(전 이화여대 총장) 의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대입제도와 관련한) 이해관계 및 주장이 상충하는 만큼 신뢰도 제고를 위해 공론화 과정에 대한 공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개편특위와 공론화위, 2개의 기구가 구성된다. 개편특위는 온ㆍ오프라인 제안과 11일 교육부가 넘긴 개편 이송안(시안) 중 공론화에 부칠 큰 틀의 쟁점 영역, 즉 범위를 정하게 된다. 김진경 개편 특위 위원장은 “교육부 안 중에서는 수능과 학종 비중, 수능 절대ㆍ상대평가, 수시ㆍ정시 통합 등 3가지 쟁점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위가 설정되면 공론화위가 6,7월 두 달 간 여러 쟁점들 연계해 재구조화하거나 압축하는, 의제 선정 작업을 한다. 가령 교육부가 사례로 든 ‘수시ㆍ정시 통합-수능 절대평가 적용’ 등의 모형을 만드는 과정이다. 공론화위는 5,6개의 모형을 제시할 방침이다. 이렇게 정리된 모형은 다시 권역별(3~5곳) 국민토론, TV토론, 온라인 플랫폼 등 2차 여론수렴에 상정된다. 공론화위는 이후 대표성을 가진 참여자들을 중심으로 토론 등 3차 ‘국민참여형’ 숙의 과정을 통해 공론 절차를 마무리한다.
7월말 공론화위 논의 결과가 넘어 오면 개편 특위는 권고안을 만들고 8월초 국가교육회의 전체회의에서 최종 개편 권고안을 의결, 교육부에 제안한다. 김진경 위원장은 “공론화위에서 단일안으로 결론을 낼 경우 개편특위는 그대로 따르고 교육부도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앞서 개편 시안을 발표하면서 “국가교육회의 (논의)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8월 초순이면 사실상 대입제도 개편안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특히 대표성ㆍ중립성 논란을 의식한 듯 이들 기구의 구성 및 역할 분담에도 신경을 썼다. 개편특위는 국가교육회의 위원(3명), 대학, 전문대 및 시ㆍ도교육청 협의체가 추천한 교육 전문가(각 1명), 학계(4명), 언론인(2명) 등 13인 안팎으로 꾸려 다양성을 꾀할 계획이다. 공론화위 역시 여론수렴에 특화된 갈등관리ㆍ조사통계 전문가 등 7인 내외로 구성한다. 박주용 국가교육회의 기획조정관은 “공론화위는 갈등관리, 조사통계 분야 등의 전문가가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교육 관련 인사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독립성을 강조했다.
지나친 여론 의식… 책임 회피?
대입제도 공론화의 성패는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합리적인 결과물을 내놓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여론 수렴 기간이 두 달뿐인 점을 고려하면 계획이 매끄럽게 추진된다 하더라도 결과에는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여론수렴의 마지막 단계이자 개편특위 권고안의 핵심이 될 국민참여형 공론화 절차부터 문제다. 국가교육회의는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며 아직까지 세부 내용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이 방식은 지난해 ‘숙의민주주의’ 모범 사례로 호평 받은 ‘신고리 원전 5ㆍ6호기 건설 재개’ 사례를 모델로 하고 있다. 500명의 시민참여단이 최종 결론을 내릴 때까지 4차례 조사에 3개월이 소요된 전례와 비교할 때 일정이 상당히 촉박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원전 건설과 달리 대입 개편은 변수가 많고 찬반이 명확이 나뉘는 의제도 아니어서 의견이 하나로 모아질 지에도 걱정의 목소리가 많다. 신인령 의장은 “비슷한 비율로 찬반이 엇갈리는 부분도 섬세하게 논의하겠다”고 했으나 어떻게 결정할지, 상세 방법에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또 이번 대입 개편 논의는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개편특위, 공론화위 등 무려 4개 조직이 간여하는 구조로 짜여 있다. 개편안 도출의 실무가 개편특위와 공론화위 ‘투 트랙’으로 진행되는 체계에서 국가교육회의는 권고안을 의결하는 수준에 그쳐 방향성을 언급하지 않은 교육부에 이어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해 책임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국가교육회의 역할이 아무 것도 없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형식적ㆍ졸속적 공론화에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