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보고 때 불이익 우려
강제성도 없어 실효성 떨어져
병원에서 발생한 환자 사고를 보건당국에 공유하는 ‘환자안전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됐지만, 사고를 보고한 의료기관은 10곳 중 2곳도 안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각 의료기관의 보고가 의무가 아닌 자율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은 ‘환자안전활동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환자안전사고가 있었다고 답한 의료기관 188곳 중 실제 보고한 기관은 31곳(16.5%)에 불과했다.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200병상 이상 병원 등 207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병원 유형별로 나눠보면 상급종합병원(50%)이 환자안전사고 발생 사실을 보고했다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고, 종합병원은 25%, 병원ㆍ요양병원은 9.8%에 그치는 등 의료기관 규모가 작을수록 보고율도 감소했다.
2016년 7월 시행된 환자안전법은 의료기관에서 사망, 장애, 장해 등의 환자안전사고 발생 내용을 공유해 다른 의료기관들이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학습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환자안전사고를 발생시켰거나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보건의료인이나 환자가 복지부장관에 자율 보고하고, 복지부로부터 사고 내용을 전달 받은 의료기관인증평가원이 내용을 검토해 전체 의료기관에 주의를 권고하는 ‘의료사고 주의보’를 내리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제도가 도입된 지 2년여가 흘러도 의료기관의 ‘자율보고’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보고된 사고 대부분이 낙상(79%)과 같은 경미한 사안”이라며 “강제성이 없다 보니 각 기관이 오히려 보고할 경우 발생할 불이익을 우려해 사망이나 중대 상해 등 재발방지책 마련이 꼭 필요한 사고 내용 공유는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12월16일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연쇄사망사건도 병원 측이 자율 보고를 하지 않았고, 의료기관인증평가원이 자체적으로 파악해 전체 의료기관에 감염관리 주의경보를 발령했다.
이대목동병원 사건을 계기로 사망 또는 중장애 등과 같은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적신호 사건)는 보고를 의무화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법 개정안(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됐지만, 의료계 반발이 커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는 환자안전사고 발생시 사고 확인을 위해 상당한 조사기간이 필요하지만, 사고에 대한 정확한 규정 없이 지체 없는 신고 의무만 강제하고 있다며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출한 상태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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