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10시24분쯤. 서울 마포구 S빌딩에 있는 요양원 사무실로 신모(62)씨가 들어섰다. 사회복지사 앞에 선 그는 직접 쓴 것으로 보이는 A4용지 6장 분량 유인물을 들이밀었다. “떡을 먹으면서 이것 좀 봐주세요.” 신씨의 다른 손에 들린 떡이 직원 앞에 놓였다.
한 직원이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노숙인 처우 개선 등이 담긴 유인물 내용도 요양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니나다를까 “나가달라”고 직원이 말을 꺼내자마자 신씨는 출입문 쪽으로 가더니 문을 걸어 잠근 후 갑자기 “죽여버리겠다”고 소리 질렀다. 손에는 정체불명 물체를 싼 신문지가 들려 있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길이 30㎝가량 흉기였다.
신문지에 싸인 물체가 흉기라고 짐작한 직원들은 놀라 사무실 내실로 황급히 들어가 문을 잠그고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 앞에서 신씨는 “노숙인 대책을 마련하라”라면서 국무총리 등 고위관료나 정치인 면담 주선을 요구했다. 경찰은 위기협상팀을 투입해 3시간가량 신씨에게 자진해서 물러날 것을 설득했다. 하지만 신씨가 말을 듣지 않자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오후 1시10분쯤 검거했다.
신씨는 현재 무직으로 강서구 임대아파트에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 요양원 건물 다른 층에 있는 고시원에 5년 전에 산 적도 있다. 2013년 2월쯤에도 고시원 문을 잠근 채 “성실한 근로자의 채용 우선권 부여, 쉼터 생활자 지원” 등을 요구하며 난동을 벌이다 검거됐다. 노숙 경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회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전했다.
내실로 대피했던 피해자들은 외부와 계속 통화하며 안전하게 있다가 나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압송 도중 범행동기를 묻는 거듭된 취재진 질문에 신씨는 "국민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경찰은 감금 등 혐의로 신씨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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