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헤리티지 준우승
11번 홀까지 2타 차 선두 달리다
13·16·17·18번홀 2m 계속 실패
15번 홀에선 붙이고도 3퍼트 보기
연장전서 고다이라에 우승 뺏겨
‘챔피언 퍼팅’을 놓친 김시우(23ㆍCJ대한통운)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튼헤드의 하버타운 골프 링크스(파71ㆍ7,081야드)에서 펼쳐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RBC헤리티지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18번 홀(파4), 김시우는 세컨드 샷을 홀 컵 2m 옆에 붙이며 버디 기회를 잡았다.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던 김시우가 트로피의 주인공이 되는 듯 했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던 퍼팅은 홀컵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대로 고개를 떨군 김시우는 한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연장 접전 끝에 고다이라 사토시(29ㆍ일본)에게 우승컵을 빼앗겼다.
이번 대회는 김시우에게 통산 3번째 우승을 안겨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 바로 다음 주에 열려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34ㆍ미국)을 제외한 톱10 전원이 불참했다. 이번 대회 1라운드를 공동 10위로 산뜻하게 출발한 김시우는 3라운드 1타 차 공동2위로 따라붙으며 우승 경쟁에 합류했다. 4라운드에서는 전반 홀에서는 단독 선두로 나선 뒤 11번 홀에서는 2위 그룹과 차이를 2타로 벌렸다.
우승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에서 악몽이 시작됐다. 12번 홀(파4) 첫 보기를 범하더니 13번 홀(파4)에서는 2m짜리 버디 기회를 만들어놓고도 실패했다. 퍼팅이 말을 안 듣기 시작하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4개 홀은 재앙에 가까웠다. 15번 홀(파5)에서 공을 깃대 위에 바짝 붙여놓고도 3퍼트로 보기를 저질렀다. 16번 홀(파4) 2m 버디 찬스를 잡았으나 공이 홀 컵을 외면했고, 17번 홀(파3) 1.7m 퍼팅을 놓쳐서 다시 보기를 적었다. 추격자 고다이라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한 것도 이때였다. 김시우에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 18번 홀(파4) 2m짜리 버디 퍼트 마저 실패하면서 다 잡았던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연장 플레이오프에서도 퍼팅은 살아나지 못했다. 연장 3번째 홀에서 패배를 확정한 김시우는 경기 종료 후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후반에 퍼터가 많이 안 됐는데 까다로운 라이도 많았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너무 넣으려고 하지 않고 붙이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많이 미스한 것 같아서 많이 아쉬웠다”고 입맛을 다셨다.
비록 통한의 역전패였지만 김시우는 끝까지 상대방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생애 첫 PGA투어 우승을 맛 본 상대방을 향해 “우승한 고다이라를 칭찬해주고 싶다. 그는 마지막에 굉장한 퍼팅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이날 새로 발표된 남자골프 세계랭킹에서 김시우는 지난주 51위에서 12계단 상승해 39위에 올랐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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