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 파울 57개… 2차전 플라핑
4차전엔 감독에 불필요한 반칙 줘
선수단·팬 불만 터지며 논란 확산
KBL, 해당 심판 출전정지·제재금

프로농구 최강 팀을 가리는 챔피언 결정전이 선수가 아닌 심판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심판의 판정 논란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선수단이나 현장 관계자, 팬들이 가장 예민한 챔프전에서 유난히 두드러져 잔칫상에 재를 뿌리고 있다. 챔프전 관련 기사에는 선수 얘기가 아닌 심판 관련 댓글이 주를 이룬다.
원주 DB와 서울 SK가 맞붙는 챔프전은 사연 많은 시리즈다. 프로농구의 살아 있는 전설 김주성(39ㆍDB)과 장수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34ㆍDB)이 코트에서 뛸 수 있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무대다.
또 국가대표 가드 김선형(30ㆍSK)과 두경민(27ㆍDB) 중 누가 처음 우승 반지를 낄 수 있을지, 양 팀 감독이 키 플레이어로 지목한 ‘민수 대결’(SK 김민수-DB 서민수)도 관전 포인트였다. 5년 전 첫 챔프전에서 4전 전패로 자존심을 구긴 문경은(47) SK 감독과 ‘꼴찌 후보’를 정규리그 1위로 올려놓은 이상범(50) DB 감독의 지략 싸움 역시 흥미를 끌었다.

실제 두 팀은 4차전까지 명승부를 펼쳤다. 2승2패로 팽팽히 맞섰고, 4경기 모두 5점차 이하의 승부를 했다. 챔프전에서 4경기 연속 5점 이하로 승패가 갈린 것은 2011~12시즌 안양 KGC인삼공사-원주 동부(현 DB)전 이후 역대 두 번째다. 더구나 양 팀의 승부는 20점 안팎으로 점수 차가 벌어져도 언제 뒤집힐지 모를 정도로 긴장감이 넘쳤다.
하지만 ‘신 스틸러’(주연 이상으로 주목 받는 조연)는 따로 있었다. 1차전에서 심판은 잦은 휘슬로 흐름을 자주 끊었다. 이날 양 팀의 파울은 SK 29개, DB 28개로 총 57개에 달했다. 1분당 1.42개의 파울이 선언된 것이다. 2차전은 선수들의 과장된 동작에 잘 속아 발생하는 ‘플라핑’ 때문에 시끄러웠다.
양 팀 감독은 “할 말이 많지만 참겠다”며 승부에만 집중할 뜻을 내비쳤고, 베테랑 선수도 “아쉬운 부분은 시리즈가 다 끝나고 얘기할 문제지, 지금은 우리 플레이를 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사태가 진전되는 듯 했던 시리즈는 4차전에서 결국 폭발했다. 종료 17초 전 심판이 가벼운 항의를 했던 이상범 DB 감독에게 주지 않아도 될 테크니컬 반칙을 주며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 이 감독은 4차전을 마친 뒤 “점수는 졌지만 농구는 이겼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KBL(한국농구연맹)은 16일 재정위원회를 열고 이상범 감독에게 테크니컬 반칙을 주면서 미숙한 경기 운영을 한 박범재 심판에게 잔여 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100만원을 부과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