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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발의 박지성’ 권창훈, 담금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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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발의 박지성’ 권창훈, 담금질 끝났다

입력
2018.04.16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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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리그 9호골

디종 0-1로 뒤진 상황에 동점골

왼발 슈팅으로 3경기 연속 득점

2002년 월드컵 보고 축구 시작

훈련 밖에 모르는 성실성 닮은꼴

신태용호 강력한 공격 자원으로

디종 권창훈(오른쪽)이 15일 프랑스 프로축구 낭트 원정에서 동점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낭트=AFP 연합뉴스
디종 권창훈(오른쪽)이 15일 프랑스 프로축구 낭트 원정에서 동점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낭트=AFP 연합뉴스

러시아월드컵을 두 달 앞두고 권창훈(24ㆍ디종)의 왼발이 달아오르고 있다.

권창훈은 15일(한국시간) 2017~18시즌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앙(1부) 낭트 원정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16분 동점 골을 넣었다. 페널티 지역 중앙에서 나임 슬리티(26)의 패스를 받아 반 박자 빠른 왼발 슈팅으로 그물을 갈랐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지난달 31일 마르세유전, 8일 툴루즈전에 이은 3경기 연속 왼발 득점이다.

올 시즌 9골을 기록 중인 그는 두 자릿수 득점을 바라보고 있다. 프랑스 리그앙에서 한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한국 선수는 2010~11시즌 AS모나코에서 12골을 넣은 박주영(33ㆍ서울) 뿐이다.

권창훈은 고종수(40ㆍ현 대전 감독)의 타고난 ‘왼발’과 박지성(37)의 꾸준한 ‘성실함’을 겸비했다는 평을 듣는 선수다.

부친 권상영씨에 따르면 권창훈은 어린 시절 공을 끼고 살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공을 던져주면 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기가 막히게 타이밍을 맞춰 발로 차냈는데 대부분 왼발이었다. 권씨는 아들을 축구 선수로 키울 생각이 없었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을 본 뒤 권창훈이 축구를 하겠다고 졸라 결국 허락했다. 이른바 ‘박지성 키즈’인 셈이다.

수원 매탄고 졸업 뒤 프로축구 수원 삼성에 입단한 권창훈은 ‘왼발의 달인’으로 통하는 고종수 당시 코치를 만나 일취월장했다. 고 코치의 금호고 시절 스승인 기영옥 광주 단장은 “고종수는 도움닫기를 안 하고 제자리에서 공을 차도 골대에서 하프라인을 넘길 정도로 왼쪽 발목 힘이 좋았다”고 했다. 고 코치는 이처럼 강한 발목 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고 권창훈은 날마다 침대에 밴드를 걸고 왼 발목을 잡아당기는 훈련을 반복했다.

지난 달 24일 북아일랜드와 원정 평가전에서 그림 같은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는 권창훈.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달 24일 북아일랜드와 원정 평가전에서 그림 같은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는 권창훈. 대한축구협회 제공

축구 밖에 모르는 선수인 권창훈의 열정은 ‘한국 축구 아이콘’ 박지성과 ‘닮은꼴’이다.

그는 수원 시절부터 별명이 ‘애늙은이’였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성숙하다는 의미다. K리그에서 뛸 때도 겨울 휴가 때면 여행 대신 지리산 산골로 들어가 심신을 다스렸다. 지난 해 1월 디종으로 이적해 프랑스에 간 지 1년 3개월 가까이 됐는데 에펠탑은 지나가다가 딱 한 번 본 게 전부라고 한다. 권창훈 에이전트 최월규 월스포츠 대표는 “프랑스에 갈 때만 해도 권창훈은 미완의 대기였다. 하지만 운동장과 클럽하우스 밖에 모르는 성실한 면이 있어서 대성할 거란 믿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권창훈은 지난 2월 11일 니스전에서 6호 골을 기록한 뒤 한 달 반 가까이 득점이 없었다. 그러나 국가대표에 뽑혀 지난 달 24일 북아일랜드와 평가전에서 그림 같은 선제골을 터뜨리며 자신감을 찾았다. 완벽한 볼 터치에 이은 간결한 슈팅까지 한 마디로 작품이었다.

신태용(49) 축구대표팀 감독도 권창훈의 성장에 미소 짓고 있다. 부상 등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월드컵에서 권창훈은 손흥민(26ㆍ토트넘)과 함께 가장 믿을 만한 공격 자원으로 중용될 될 전망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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