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의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가 막판에 중국이란 암초에 걸렸다. 중국 반독점 당국의 심사가 지연되며 도시바가 낸드플래시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철회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5일 반도체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특수목적법인 ‘판게아’는 도시바메모리 계약 조건상 1차 시한인 지난달 말까지 중국 반독점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2차 시한인 다음 달 1일까지 인수를 완료하려면 지난 13일까지는 중국의 승인을 얻어야 했지만, 이마저도 물 건너갔다.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는 향후 반독점 분쟁이 터질 소지가 있는 국가를 선정해 사전에 반독점 심사를 거친다. 베인캐피털은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브라질 필리핀 대만에서 승인을 받았다. 메모리 반도체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심사는 최후의 관문이다.
중국은 자국 기업들이 곧 낸드플래시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는 데다, 한미일 연합에 SK하이닉스가 포함된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메모리 총 매각금액 2조엔(약 20조원) 중 SK하이닉스는 단일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3,950억엔(약 4조원)을 투자한다. 다만 의결권 지분이 향후 10년간 15% 이하로 제한되고, 10년간 도시바메모리 기밀정보에 대한 접근이 차단돼 당장은 실익이 크지 않다.
달아오른 글로벌 무역전쟁 분위기도 도시바메모리 매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지난달 싱가포르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의 미국 퀄컴 인수를 무산시켰다. 중국 역시 자국 산업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도시바메모리 매각 2차 시한이 지나면 도시바가 매각 철회를 요구하는 일부 주주들의 의견을 수용할 여지도 커진다. 도시바가 최근 대규모 증자로 재무상황을 개선한 점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국내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중국이 승인하지 않으며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메모리 인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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