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美유엔대사 “아사드 정권, 최소 50차례 사용”
영국 정부도 미ㆍ불과의 공동 군사작전 동참키로
OPCW 현장 조사… 최종 결론까진 2주 이상 걸릴 듯

국제적 논란이 되고 있는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영국 정부가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그동안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에 대해 단순히 ‘반군의 조작’이라고 부인했던 기존 러시아 정부의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자 돌연 영국으로 화살을 돌려 버린 것이다. 최근 전직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을 둘러싸고 불거진 영국과 러시아의 갈등 국면이 한층 더 고조될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시리아 화학무기 의혹은 한 외국 국가의 비밀정보기관 도움으로 ‘연출된(staged)’ 사건”이라며 “반박할 수 없는 증거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러시아에 적대적인(Rursophobic)’ 주요 국가들 가운데 한 나라의 비밀정보기관이 이 조작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특정 국가가 어디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곧이어 러시아 국방부가 해당 국가는 ‘영국’이라고 콕 집어 지목했다. 이고르 코나셴코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영국은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의혹에 직접 연루돼 있다”며 “(이를 증명할) 증거도 우리는 갖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앞서 지난 7일 두마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소행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관측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세계는 이를 무력으로 응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이미 군사 작전에 참여할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그 동안 공동 대응을 강조하면서도 군사작전 참여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확답을 피했던 영국 정부도 전날 테리사 메이 총리가 주재한 긴급 각료회의가 끝난 뒤 국제사회의 대시리아 군사 행동에 동참키로 방침을 정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아사드 정권이 지금까지 반군과의 내전 과정에서 최소 50차례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미국은 추정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 실제로 미ㆍ영ㆍ프 동맹이 시리아를 향한 보복 공습에 나설 경우, 미국과 러시아 간 무력 충돌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두마를 조사한 러시아 전문가들은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한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며 서방 세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14일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도착하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조사관들이 지체 없이 두마로 향하길 고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OPCW의 조사가 시작된다 해도 최종 결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OPCW의 독일 출신 전문간인 랄프 트라프는 13일 독일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OPCW 조사팀의 현장 조사는 며칠 걸릴 것이고, 채취 샘플을 분석하는 데에도 2주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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