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 등 의원들 관행에 대한
공직자 인사 원칙 세우겠다” 의미
여권선 6월 지방선거 악재 부담
‘金원장 사퇴 요구’ 제기할 수도
선관위는 내주 중 최종입장 검토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퇴 기준으로 내세운 두 가지 원칙은 위법성 여부와 도덕적 평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김 원장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해외출장과 정치후원금 처리 적법성 여부를 판단해주면 그 결과를 보고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김 원장 인사를 둘러싼 여론이 악화하고 있지만 감정에 휩쓸리기보다는 논리와 원칙을 갖고 처리하겠다는 법률가 출신 특유의 판단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글에서 “국회의원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위법 여부를 떠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국민들의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김 원장이 의원 시절 피감기관이었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의 지원으로 출장을 다녀온 행위 자체가 문제였다는 점은 인정한 것이다. 청와대가 전날 선관위에 ▦후원금으로 퇴직금 지급 ▦피감기관 비용으로 해외출장 ▦보좌직원 또는 인턴의 해외출장 동행 ▦해외출장 중 관광 등의 적법성을 질의한 만큼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 등이 하나라도 확인되면 김 원장 사퇴는 불가피해 보인다.
문 대통령은 또 이 참에 국회의원의 정당한 해외출장과 무분별한 외유를 가를 기준과 고위 공직자 인사 낙마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이 “(김 원장 사퇴 여부는)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판단에 따라야 하겠지만, 위법한지, 당시 관행이었는지에 대해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 그렇다.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 관행이었는데도 정략적으로 이를 물고 늘어지는 야당에 대한 비판 의식이 담겨 있어 보인다. 이는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조사한 19, 20대 의원 해외출장 조사 결과 16개 기관에서 167건이 확인됐다고 청와대가 공개한 데서도 확인된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는 ‘김기식 구하기’보다는 원칙과 기준 확립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야당이나 국회와 전쟁을 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제대로 된 원칙이나 기준 없이 감정적으로 밉다고 낙마를 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원칙과 기준을 정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혹시 김 원장이 여론에 떠밀려 낙마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의원들의 해외출장 및 정치후원금 처리 관행에 대한 원칙과 기준은 남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도 “김 원장에 대한 호불호를 밝힌 게 아니라 인사 원칙과 기준을 세우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주말을 넘긴 뒤에도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면 개헌과 추경예산을 다뤄야 하는 4월 국회가 계속 공전하게 돼 여권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김기식 논란’이 6월 지방선거에도 악재가 될 게 분명한 만큼 여당 쪽에서 김 원장 사퇴 요구가 제기될 수도 있다. 청와대 주변에선 여론이 개선되지 않거나 추가 의혹이 나오면 선관위 답변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김 원장이 자진 사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선관위는 전날 접수된 청와대 질의서를 정치자금 담당 조사2팀에 배정했으며 내주 중 전체회의에서 최종 입장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