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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하게 막 내린 국산 폐암 표적치료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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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하게 막 내린 국산 폐암 표적치료제, 왜?

입력
2018.04.1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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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올리타정. 약학정보원 제공
한미약품 올리타정. 약학정보원 제공

한미약품이 자사의 첫 신약으로 허가 받은 폐암 표적치료제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의 개발을 전격 중단했다. 다국적 제약사의 경쟁 약물에 밀려 신약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보건당국은 환자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미약품이 ‘올리타정200밀리그램’과 ‘올리타정400밀리그램’의 개발 중단 계획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다만 올리타를 복용 중인 환자들의 불편이 없도록 일정 기간 공급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리타를 복용하는 폐암 환자는 100여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식약처는 올리타정을 복용하는 환자 보호를 위한 한미약품의 조치 계획의 타당성을 이달 말까지 점검할 예정이다.

복지부 역시 치료를 위해 올리타를 복용하는 환자들이 불편이 없도록 협조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환자가 원하는 경우 타그리소 등과 같은 대체 의약품으로 전환하더라도 건강보험 급여를 계속 받을 수 있게 조치할 예정이다.

올리타는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on-small cell lung cancer) 표적치료제다. 기존 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더는 쓸 치료제가 없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쓴다. 2016년 5월 식약처로부터 임상 3상 시험을 전제로 27번째 국산 신약으로 허가 받았다.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해 허가 받은 첫 신약이기도 하다.

한미약품은 올리타 개발을 중단한 이유로 “경쟁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어 올리타의 임상 3상 진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타그리소가 지난해 말 국내에서 건강보험 급여를 받으면서 올리타의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임상 3상을 마치고 보험까지 적용되는 약물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임상 참여자를 찾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올리타는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임상 3상을 허가 받았지만, 환자 모집이 미미해 3상을 시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향후 투입해야 하는 연구개발 비용 대비 신약 가치가 현저하게 하락했다는 판단에 따라 개발 중단을 결정한 것"이라며 "선택과 집중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다른 20여개의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이 막대한 자금이 투여되는 임상 3상 시행을 앞두고 나름의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본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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