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협정 개정 2차 회의 열려
정부 “분담금 사안 아니다” 입장
국방부 “방위비분담금 총액 내서
사드 유지비용 사용 가능”밝혀

내년부터 적용될 한미 간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 협정 협상에서 미국이 자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배치 비용을 분담해 달라고 우리에게 요구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11~12일 제주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2차 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협의 과정에서 전략자산 전개 비용 문제가 미측에 의해 거론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은 ‘방위비 분담 협정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관한 것’”이라며 “분담금 협의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은 지난해 회담에서 핵 추진 항공모함과 핵무기 탑재 잠수함, 전략폭격기 등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 배치를 확대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비용 분담 문제는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배치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게 사드와 관련한 한미 간 합의지만 기지 유지 비용을 분담금으로 지원하는 일은 검토 가능하다는 게 우리 군 당국의 판단이라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실제 이날 국방부는 “미측이 사드 유지에 필요한 비용에 방위비 분담금 사용을 희망할 경우 합의된 방위비 분담금 총액 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사드 전개와 운영ㆍ유지 비용은 미측이 부담한다”는 지난해 5월 설명과 차이가 있다.
양측이 생각하는 분담금 규모는 차이가 상당한 듯하다. 당국자는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좁혀야 할 간극이 큰 게 사실”이라고 했다. 올 1월 미 국방부는 국방전략 브리핑에서 “공평이라는 관점에서 눈금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분담금 인상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 우리가 강조한 건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우리 측 기여도가 높다는 부분이다. 당국자는 “우리 측 기여가 많다는 걸 인식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미 대표단을 회의 개시 전날인 10일 평택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데려간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 기지의 부지 및 건설 비용 100억달러(약 11조원)의 92%를 한국이 부담했다.
3차 회의는 다음 달 중순 미 워싱턴에서 열린다. 당국자는 “협정 문안에 대한 협의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미군 기지 내 건설 비용, 군수 지원비 등 명목으로 쓰인다. 한미는 1991년 제1차 협정을 시작으로 총 9차례 특별협정을 맺었고, 2014년 타결된 9차 협정이 연말 만료된다. 이번 회의는 10차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의 일환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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