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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R&D에도 상주는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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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R&D에도 상주는 SK하이닉스

입력
2018.04.13 14:5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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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실패 사례에도 상을 주는 행사가 열린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 행사 이름인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좋았을 컬'이 적혀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12일 실패 사례에도 상을 주는 행사가 열린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 행사 이름인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좋았을 컬'이 적혀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독특한 사내 공모전을 열었다. 미세한 공정을 거치는 반도체 기술의 한계에 매년 도전해야 하는 기업으로서 실패 사례를 혁신의 기반으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12일 경기 이천시 본사에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좋았을 컬(문화를 뜻하는 컬처의 첫 글자)’ 사례 경진대회를 열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개발(R&D) 과정에서 아이디어는 참신했지만 아깝게 실패한 사례, 당시에는 몰랐지만 나중에 실패 이유를 알게 된 사례 등을 공모해 수상하는 대회다.

이번 공모전은 R&D 과정에서 과거 실패 경험도 귀한 자산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올해 처음 생겼다. 직원들은 지난 한 달 동안 진행한 공모에 약 250여건의 과거 사례를 등록했다. 내용은 반도체 설계ㆍ소자ㆍ공정, 라인ㆍ장비 운영, 환경ㆍ안전ㆍ보건, 분석ㆍ시뮬레이션, 전략ㆍ기획 등 R&D와 관련한 모든 분야를 아울렀다.

SK하이닉스는 우수 사례 4건에 대해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주요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시상식을 열었다. 최우수상은 D램 개발 관련 신규 공정을 개발하면서 일부 검증절차를 간과해 다수의 불량이 발생했던 사례가 받았다. 새 아이디어로 반도체 소자구조를 구현하면서 정성적인 부분에 미리 정량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실패 사례다.

12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실패 사례에 대한 시상식에서 김진국(맨 왼쪽)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담당 부사장이 박지용(맨 오른쪽)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R&D공정 담당에 최우수상을 받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12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실패 사례에 대한 시상식에서 김진국(맨 왼쪽)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담당 부사장이 박지용(맨 오른쪽)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R&D공정 담당에 최우수상을 받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는 실패 사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R&D에 직접 적용할 예정이다. 공모전도 매년 개최한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혁신적 반도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서는 집단 지성을 통한 문제 해결 능력이 핵심이다”며 “임직원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솔직한 문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이번 공모전을 시작으로 사내에 왁자지껄 문화를 확산하려 한다”며 “실패를 분석하고 이를 혁신의 기반으로 활용하는 문화적 혁신의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R&D 역량을 강화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통상압박과 중국의 높아지는 수출장벽 등이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주총장에서 박 부회장은 “고사양 고품질의 제품으로 차별화에 나서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유지할 것”이라며 “R&D를 강화하고 개발에서 양산까지 최적화된 체계를 구축해 본원적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됐지만 SK하이닉스는 전례 없는 성장을 기록했다”며 “오늘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로 기술 난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고객이 요구하는 기술과 제품은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30조1,000억원, 영업이익 13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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