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 직후 탈퇴를 명령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복귀를 검토해 보라고 12일(현지시간) 지시했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나온 지시라는 점에서, 무역ㆍ통상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 또는 고립시키려는 또 하나의 압박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 및 의원들과의 회의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게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일제히 전했다. 복수의 회의 참석자들을 인용한 보도들에 따르면, 공화당의 존 튠(사우스다코타) 상원의원 등이 “중국의 이목을 끌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중국의 역내 경쟁국들과 거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커들로 위원장에게 “TPP 재가입 문제를 한번 살펴보라”고 말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방식대로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미국 우선주의’ 입장도 잊지 않았다. 튠 상원의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낙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TPP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6년, 미국과 일본, 호주, 캐나다 등 12개 국가가 체결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 무역협정이다. 미국은 이 지역에서 급속도로 세력을 키우고 있던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갖고 TPP의 체결을 주도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보호 무역주의를 내세우는 그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TPP를 “미국을 겁탈하려는 특정 이해관계자들이 자행한 또 하나의 재앙”이라고 공격했고, 대선 승리를 거쳐 취임한 지 사흘 만인 작년 1월 23일 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때문에 당시 미국 정가에서는 TPP 탈퇴에 따른 아ㆍ태 지역 역내 패권 약화, 안보불안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며 “여러 국가에 걸쳐 있는 다자무역 협상을 거부했던 그의 통상 정책에서는 중대한 변화”라고 진단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3일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TPP는 미국에 몹시 나쁜 거래”라면서도 “더 나은 조건을 제의할 경우 우리가 다시 들어갈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복귀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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