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능력ㆍ특기사항 기재 의무화
수상경력ㆍ방과후활동 등은 빠져
‘세특’에 따라 경쟁력 천차만별
교사들은 “얼마든지 과장 가능”
학생부 신뢰도 추락 우려도
“한국사 4번 (시험) 중 3번은 100점이고 수업 끝나고 꼬박꼬박 질문도 했는데, 선생님이 ‘세특’에 딱 한 줄 써줬네요. 괜찮을까요? 앞 반 애들은 내신 3등급 나왔어도 4, 5줄씩 써져 있대요.”
12일 수험생들이 다수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날 교육부가 내놓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 시안을 두고 질문 글이 잇따랐다. 학생부를 구성하는 10개 항목 중 ‘교과학습발달상황’에 포함되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입력 대상이 모든 학생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이 담겼기 때문이다. 세특은 학생들의 성취 수준이나 성장 과정을 서술형으로 기술하는 항목으로, 학년별ㆍ과목별로 얼마든 세분화할 수 있다. 학생 개인의 특기 여부나 교사 의지에 따라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어 학생들이 학생부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경기의 고2 학부모 박정연(49)씨는 “세특은 학교 분위기나 선생님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엄마들이 속을 앓는 경우가 많은데, 의무화가 된다니 그야말로 ‘복불복’이 될지 않을까 더욱 걱정된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세특 의무화’ 논의를 두고 교육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는 특기사항이 있는 학생에게만 세특을 기재하는 게 원칙. 교육부는 일반고 상위권 학생이나 특수목적고 학생들에게만 기록이 편중된다는 지적이 많아 이를 정책숙려제를 통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동시에 학생부에서 자율동아리나 교내외 수상경력, 방과후 학교활동은 아예 삭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오는 8월 시안이 확정ㆍ발표되면 내년 새학기 초ㆍ중ㆍ고교 1학년부터 적용 예정인데, 교육부는 내년 모든 재학생에 즉시 적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학생부 기재 항목이 간소화되고 세특이 의무화되면 당연히 내신 성적과 세특의 대입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학생ㆍ학부모들은 교사 역량에 따른 학생부 격차가 세특 의무화로 더욱 커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고3 학부모 최모(51)씨는 “일부 교사는 동아리나 봉사활동 등 비교과활동 실적ㆍ특기사항을 학생 본인이 써서 제출하라고 하고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하거나 심지어는 실수로 누락하기도 한다”며 “세특은 이러한 활동보다 중요한 주요과목 성적과 함께 주로 적히는데, 의무화되면 어떤 교사를 만나는지에 따라 너무 다른 학생부가 탄생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세특을 의무화하면 되레 학생부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원의 한 고교 교사 변모(51)씨는 “주관적 평가를 적는 세특은 교사, 학부모, 학생이 담합하면 얼마든지 과장될 수 있는 자료"라며 "기록 의무화로 더 많이, 더 자세히 경쟁이 붙어 '부풀리기' 사례도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교육부가 지난해 10월 학생ㆍ학부모ㆍ교원ㆍ입학사정관 17만67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서술식 기재 방법이 학생부 신뢰도 하락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교원의 47.7%가 ‘그렇다’고 응답해 4개 집단(평균 34.8%) 가운데 가장 부정적이었다. 서울의 고교 교사 이모(30)씨는 “시안이 확정되면 당장 내년부터 각급 1학년 교사가, 담당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부 세특을 적어야 하는데 연수나 실무단 운영 만으로 빠르게 역량 강화가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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