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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시드니 포이티어(4.13)

입력
2018.04.13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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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오늘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시드니 포이티어가 남우주연상을 탔다. biography.com
1964년 오늘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시드니 포이티어가 남우주연상을 탔다. biography.com

지난 3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키워드는 할리우드의 오랜 관행인 젠더 차별과 성폭력의 자성과 비판이었다. 진행자 지미 키멜은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할리우드에서 오스카가 가장 존경 받는 까닭은 자신의 손을 남들이 다 볼 수 있게 모은 채 가만히 두는 까닭이고, 상스러운 말을 내뱉지 않는 까닭”이라는 말로 참석자들을 웃겼다. ‘쓰리 빌보드’로 여우주연상을 탄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자신의 트로피를 내려놓고 객석의 모든 여성 영화인을 일어나게 한 뒤 함께 박수 받게 했다. 차별과 폭력에 시달리면서 90년 아카데미 역사를 일궈온 모든 여성들과 자신의 영광을 나누겠다는 뜻이자, 개런티 등 여전한 차별에 서로 격려하며 함께 맞서자는 의미였다.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키워드는 ‘화이트 오스카’, 즉 소수인종 차별이었다. 인기 흑인배우 윌 스미스는 행사 전 ABC뉴스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백인들의 잔치’인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고, 덴젤 워싱턴 주연의 ‘맬컴 엑스’(1992) 등을 만든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어떻게 2년 연속, 40명 후보 중 비(非)백인이 단 한 명도 없을 수 있는가”라며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아카데미의 백인 남성 편향과 그에 대한 비판 역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보더라도, 1964년 4월 13일 제36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바하마 출신 시드니 포이티어(Sidney Poitier, 1927~)가 ‘들판의 백합(Lilies of the field)’으로 흑인 최초 남우주연상을 받은 건 경이롭고도 심경을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다. 즉 영웅적인 활약을 통해 흑인 영화인의 길을 선구적으로 개척한 일은 충분히 존중 받을 쾌거였지만, 그의 수상이 아카데미의 인종차별 비난을 희석하는 중화제로 쓰였다는 점도 부인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흑인 배우로 두 번째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은 건 무려 38년 뒤인 2002년 ‘데이 트레이닝’의 덴젤 워싱턴이었고, 같은 해 ‘몬스터 홀’의 할 베리가 흑인 최초 여우주연상을 탔다.

포이티어는 백인들이 좋아할 만한 ‘모범적이고 전형적인’ 흑인 연기로 백인 오스카의 인정을 받은 명예 백인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60년대 스크린 바깥의 정치적 인권운동에는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아 또 비난을 샀다. 하지만 그는 헤리 벨라폰테의 절친으로 차별 문제에 민감했던 예술가였다. 그런 면에서 그의 삶은 역설적으로 과소평가됐다고 할 수도 있다. 버락 오바마는 2009년 그에게 ‘대통령 자유메달’을 수여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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