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에서 디온테 버튼(24ㆍ원주 DB)이 경기를 지배했다면 잠실에선 김선형(30ㆍ서울 SK)이 화려한 ‘쇼 타임’을 선보였다.
김선형은 1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18 정관장 프로농구 DB와 챔피언 결정전(7전4승제) 3차전에서 경기 종료 3초 전 상대 블록슛을 피해 기가 막힌 결승 레이업 슛을 넣어 101-99, 팀의 짜릿한 역전극을 완성했다.
SK는 적지에서 2경기를 모두 내주고 안방으로 넘어와서도 한 때 20점 차까지 뒤지며 벼랑 끝으로 몰릴 뻔 했지만 김선형이 후반에 힘을 낸 덕분에 반격의 1승을 올렸다. 시리즈 전적 1승2패를 만든 SK는 14일 같은 장소에서 4차전을 치른다.
경기 초반 김선형의 체력을 비축했던 문경은 SK 감독의 전략이 적중했다. 문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김)선형이가 발목 부상으로 오래 쉬고 돌아와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4쿼터에 승부를 걸 수 있도록 선형이를 초반에 아끼겠다”고 밝혔다.
김선형 대신 변기훈을 베스트 5로 내세운 SK는 힘겹게 경기를 풀어갔다. 반면 DB는 두경민과 윤호영, 로드 벤슨 등이 고른 득점을 올려 54-37로 전반을 크게 앞섰다. SK는 3쿼터에 제임스 메이스와 테리코 화이트가 20점을 합작하고 최준용이 6점을 보태 67-78로 따라붙었다. 3쿼터까지 15분7초만 뛴 김선형은 아꼈던 체력을 4쿼터에 쏟아 부었다. 혼자 11점을 몰아 넣었고, 4쿼터 종료 3분24초를 남기고 3점포를 꽂아 84-84 균형을 맞췄다. 계속된 공격에선 돌파로 2점을 넣어 86-84 역전을 이끌었다.
이후 양 팀은 4쿼터까지 89-89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을 맞았다. 연장은 해결사 대결이 펼쳐졌다. DB의 주포 디온테 버튼이 혼자 10점을 책임졌다. SK는 화이트가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버튼이 종료 1분5초 전 5반칙으로 물러나며 분위기는 바뀌었고, 99-99로 맞선 종료 12초 전 김선형은 수비 리바운드를 따내 상대 진영으로 치고 들어갔다. 시간을 보내다가 상대 두경민을 제친 다음 골 밑으로 파고 들어 윤호영, 벤슨의 높은 벽을 피해 공을 림 위로 던졌다. 이 레이업 슛은 백보드를 맞고 그대로 그물을 갈랐다. 남은 시간은 종료 3초. 승리를 확정한 SK는 마침내 포효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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