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내달 총선 박빙 예상 속
주요 매체들 現총리 열띤 홍보
인니는 6월 주지사 선거 앞두고
시장원리 무시 유가 인하 '당근'
동남아 대표적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각각 5월과 6월에 대형 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관제선거 논란이 일고 있다. 비교적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 나라들이지만 선거가 임박하자 곳곳에서 현 집권세력에 유리한 편향된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사상 유례 없는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말레이시아 총선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제정된 ‘가짜 뉴스 법’이 대표적인 ‘여당용 정책’으로 거론된다. 가짜뉴스에 대한 논란은 세계 곳곳에서 있어 왔지만, 이를 제재하기 위해 법까지 만든 것은 말레이시아가 처음이다. 가짜 뉴스를 악의적으로 생산, 유포하는 경우 최고 징역 6년형 또는 13만달러(약 1억4,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현지 매체 ‘말레이시아 인사트’ 출신의 방송활동가 KC 나자리(35)씨는 12일 “가짜뉴스법으로 정부가 ‘사실’을 독점하고 있다”며 “뻔뻔한 검열 행위에 많은 언론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고, 유권자들은 제대로 된 선거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법 때문일까. 말레이시아 주요 언론들은 나집 라작 총리와 측근들이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나랏돈을 빼돌려 수십억달러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대신 현 총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중계하며 사실상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집권여당인 국민전선(BN)의 한 축인 말레이시아화교연합회(MCA)가 소유하고 있는 ‘더선’의 경우 ‘GE14(제14대 총선)’ 코너를 별도로 만들어 놓고 있으며, 더선은 야당 후보인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때 나집의 후견인이었던 마하티르 전 총리는 22년간 말레이시아를 다스린 철권 통치자다.
더선은 “(집권여당인) 국민전선(BN)은 공약(空約)을 절대로 만들지 않는다. 대신 국가 발전에 필요한 변화를 일으킨다”며 “동부해안철도(ECRL) 건설 사업이 8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0일 마하티르 전 총리가 자신이 당선될 경우 “중국 자본으로 진행되는 ECRL 건설 사업과 관련해 재협상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박이다. 더스타는 올해 93세의 마하티르 전 총리의 고령을 비꼬는 기사를 전면에 배치했다.
오는 6월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있는 인도네시아도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기구를 최근 신설했다. 각종 선동과 공작을 막겠다는 취지이지만, 정부 비판을 봉쇄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이번 선거는 그 전초전 성격을 갖는다.
특히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이미 내년 대선을 겨냥한 행보에 나섰다는 지적을 받는다.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연료가격 인상을 억제하면서 선거를 의식한 정책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추세와는 상관없이,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1월 전기요금, 등유, 경유, 가솔린 등의 가격을 향후 2년 간 현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또 지난달에는 석탄 가격에도 상한선을 제시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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