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 많이 나왔을까 걱정이신가요. 여기 10억달러(1조원)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제목으로 2008년 미국 주택경기 붕괴를 정확히 예측해 헤지펀드 업계에서 스타로 떠올랐던 존 폴슨(62) 폴슨앤컴퍼니 회장의 굴곡진 사연을 소개했다. 잘 나가던 시기 미뤄둔 세금 1조원을 당장 오는 17일까지 내야 하는데, 하필이면 잇단 투자 실패로 암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때 납부 기한이 도래한 것. WSJ은 “수입에 대한 세금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의 금액으로 추정된다”며 “폴슨이 세금을 납부하는데 힘겨운 정도는 아니지만, 전성기 때처럼 돈이 넘치지 않는 건 분명하다”고 전했다.
폴슨은 2006년 집값 폭등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가치가 오르는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당시 업계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폴슨의 예상은 적중했고 그의 회사는 150억 달러(16조원)를 벌어들였다. ‘대박’을 터트리자 많은 투자자들이 폴슨에게로 몰렸고 폴슨은 그렇게 성공가도를 달린다.
하지만 행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장미빛 미래만 있을 것 같았던 그의 앞날에 암운이 드리운 건 2011년부터. 당시 폴슨이 이끄는 폴슨앤컴퍼니는 캐나다 토론토 증시에 상장된 중국 벌목업체 시노포레스트에 투자했는데, 분식 회계 의혹으로 이 회사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4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떠안았다. 최근에는 미 제약회사 밸리언트 지분을 매입해 큰 손실을 봤다. 한 때 250달러 이상을 기록했던 이 회사 주가는 2015년 10월 100달러 밑으로 떨어진 후 현재는 16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폴슨앤컴퍼니에서 가장 오래된 폴슨파트너스펀드는 2016년 27% 손실을 본 데 이어 지난해에도 20% 이상 하락했고, 올 들어서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또 다른 펀드 역시 지난해 35% 떨어졌는데 올 들어서도 20% 넘게 떨어졌다. WSJ은 “폴슨앤컴퍼니의 운용자산은 2011년 380억달러에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며 현재는 90억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폴슨은 개인 자산 비중이 큰 펀드에서 돈을 인출해 세금을 납부할 전망이다. 폴슨은 지난해 5억달러의 세금을 낼 때에도 35억 달러 규모의 펀드가 보유한 주식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했다. 한 예로 그는 지난해 씨저스엔터테인먼트 보유 주식 2,800만주 가운데 약 900만주를 내다 팔았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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