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 송은범, 롯데자이언츠 진명호, LG트윈스 김지용(왼쪽부터)/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김정희] “대한민국은 이제 불펜 야구다.”
차명석(49) MBC SPORTS+ 해설위원은 최근 KBO리그의 판세를 이렇게 분석했다. 드라마의 전면에 나서는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들의 활약이 KBO리그 무대를 달구고 있다. 불펜 투수들이 선발 못지 않게 눈에 띄는 활약으로 팀 승리에 일조하고 있다.
차 위원은 “선발투수들 중 ‘완투형’이 줄어들고 있다”며 “최근에는 8이닝 이상 던지는 투수도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그 배경으로는 “타자들이 점점 (실력이) 좋아지면서 투수들에게 어려운 환경이 됐다. 또 스트라이크존도 타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심판원들이 하는 부분이니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11일까지 팀별로 14~15경기씩을 치렀지만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3번(공동 1위)을 달성한 투수는 NC 왕웨이중ㆍ이재학, SK 산체스, LG 소사ㆍ윌슨 등 5명 뿐이다.
현재 다승 1위는 불펜 투수다. 데뷔 16년 차인 한화 송은범(34)이 11일 KIA전에서 1승을 추가하며 구원으로만 3승을 올려 1위에 올라 있다.
그는 이날 선발 윤규진(4⅓이닝 4실점)에 이어 5회 등판했다. ‘100억 사나이’ KIA 최형우의 스리런포가 터지면서 팀은 3-4로 역전을 허용하고 윤규진은 패전 위기에서 내려갔다. 1사 1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물려받은 송은범은 첫 타자 안치홍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7구째 병살타를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이후로도 실점 없이 KIA 타선을 막은 송은범은 이날 3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뒤 팀이 역전에 성공해 승리 투수가 됐다. 송은범은 단숨에 한화의 ‘승리 요정’으로 거듭났다. 이날까지 3연승을 거둔 한화는 최근 송은범이 호투하면 승리하는 공식이 맞아 떨이지면서 쾌재를 부르고 있다.
롯데도 불펜의 활약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같은 날 울산 넥센전에 구원 등판한 진명호(29)가 2,059일 만에 승리를 거뒀다. 3승 11패로 침체돼 있던 롯데는 불펜의 깜짝 활약 덕분에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진명호는 선발 송승준이 1⅓이닝 만에 제구가 흔들리자 2회 1사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신인왕 출신 이정후(20)를 범타로, 거포 박병호(32)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3⅔이닝 동안 공 52개를 던지며 삼진 6개를 잡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진명호는 시즌 첫 승(1패)을 수확하고 팀의 12-0 완승을 이끌었다. 조원우(47) 롯데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서 진명호의 역할이 빛났다”고 칭찬했다.
LG 김지용(30)은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1위(4.30)의 명예를 되살리고 있다. 올 시즌 7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0.00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8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⅔이닝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거뒀다. 류중일(55) LG 감독은 “숨은 공신은 김지용”이라며 공을 돌렸다.
차명석 위원은 불펜 투수들의 고충을 설명하며 이제 빛을 볼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불펜 투수들은 늘 등판에 대비해 컨디션이 맞춰져 있어야 하고, 긴박한 상황에서 나가니 긴장감을 해소하는 나름의 방식도 갖춰야 한다. 늘 구위가 좋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연봉도 선발보다는 낮은 편이다”고 했다.
김정희 기자 chu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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