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의 대모험
제프 시올레티 지음ㆍ정영은 옮김
더숲 발행ㆍ496쪽ㆍ1만8,000원
그 지역 식물에서 엑기스만 뽑아다 놓은 게 술이다. 고로 술을 마신다는 건 알코올만 들이키는 게 아니라, 그 곳 대지의 향을 한 입에 털어 넣는 일이다. 이 얘기에 무릎 친다면 로맨틱 술꾼이요, 비웃는다면 진짜 술꾼이다. 술 안 좋아하는 사람은 아예 그런 말을 안 들으려 할 테니. 52주에 걸쳐 전세계 술을 탐험해간 기록이다. 위스키, 와인, 데킬라, 백주, 사케, 맥주는 기본이요, 그라파, 포트와인, 피스코, 진저비어 등 온갖 술이 다 등장한다. 마시기만 하면 모든 속내를 다 털어놓게 한다는 마법의 녹색병, 소주도 빠질 수 없다. 일본 ‘소추’와의 구별법, 소주 마시는 예법, 거기에다 오십세주 제조법까지 나와 있는 걸 보니 이 저자, 취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소폭 제조법이 빠져 있는 건 이 책의 취지가 천천히 즐기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넓고 마실 술은 많다. 술상 앞 호연지기는 충분한 행복이다. ‘대모험’이라기엔 스토리텔링이 다소 부족해 ‘대백과’쪽에 가깝다. 어쨌거나 잔은 가득 찼다. 건배! 치어스! 프로스트(독일)! 나즈드라비(체코)! 슬레인트(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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