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장 촬영 놓고 싸우다 파행
산은 실사, 유동성 지원 급한데
벼랑 끝 줄다리기만 계속
한국GM 회생 가능성이 자꾸 작아지고 있다. 12일 만에 재개된 노사 교섭은 무산됐고, 자금지원이 걸린 한국GM에 대한 실사도 늦어질 전망이다. GM의 신차 배정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GM 측이 제시한 데드라인이 20일로 다가오고 있는데도, 한국GM 상황은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사는 이날 오후 예정됐던‘2018년도 임단협’ 제8차 교섭을 진행하지 못했다. 교섭장인 인천 부평 본사 회의장에 CCTV 설치를 놓고 노사가 대립했기 때문이다. 사측은 “CCTV 설치 후 교섭하겠다”고 주장했고, 노조측은 “양측이 모두 캠코더로 교섭 상황을 촬영하자”고 맞섰다. 한국GM 관계자는 “노조원 일부가 성과급 지급 보류에 불만을 품고 카허 카젬 사장 집무실을 무단 점거한 이후 교섭 대표들이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을 요구해 CCTV를 설치하려 했다”고 말했고, 노조 관계자는 “CCTV는 노조 측만 비추고 있는 식이어서, 양측을 똑같이 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촬영하겠다고 하자 회사가 거부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GM은 5일 진행된 노조원들의 사장실 무단 점거 사태로 노조 집행부를 공동주거침입ㆍ재물손괴ㆍ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한 상태다. 노조는 사측이 임단협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다며 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한 상태여서, 추후 교섭이 원활치 않으면 파업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노사 간 대립이 깊어지면서 한국GM은 유동성 위기로 몰리고 있다. 당장 신규 자금 투입이 없으면, 협력사 부품대금 3,000억원, 희망퇴직 위로금 5,000억원, 본사 차입금 1조6,880억원 등 2조7,000억원을 이달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GM에 대한 실사도 늦어지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GM 관련 은행장 간담회를 마친 후 “얼마나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자료가 들어올지에 따라 (실사 완료 시기가) 달라진다”며 “현재로선 5월 초까지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한국GM에 단기자금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그건 아니다”며 난색을 보였다. 산은은 애초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데드라인으로 거론한 이달 20일 내외로 잠정 실사 결과를 내놓을 방침이었으나, GM 측이 업무지원비 등에 대한 자료 공개를 거부해 답보상태에 놓였다.
한국GM 부평ㆍ창원공장을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심의 중인 산업통상자원부도 “한국GM의 투자계획이 충분하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이날 “고용창출이나 신기술 등 여러 가지 고려 사안이 있는데 향후 5, 10년 이상 운영할 수 있도록 신성장기술 관련 계획을 더 가져오라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신차 출시ㆍ생산에 들어갈 28억 달러 투자 계획 등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GM이 정부에 요구한 사안들이 줄줄이 미뤄지자, 한국GM에 대한 신차 배정 결정도 미루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일 방한한 앵글 사장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이견을 해소하고, 정부의 지원을 다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며 “앵글 사장이 미국으로 돌아간 후 GM이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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