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13명 사상… 우려가 현실로
돌풍 탓 착륙 도중 지상과 충돌
조종사 사망, 탑승객 12명 부상
이집트 등 해외서도 잇단 사고
정부 “열기구 일제 안전점검할 것”
제주에서 비행을 하던 열기구가 착륙과정에서 지상에 충돌해 1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열기구 업체는 안전문제 등으로 이유로 3차례나 허가를 받지 못하다 지난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상업비행허가를 받았지만 1년 만에 사고가 발생했다.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12일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1분쯤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 오름 북쪽에서 비행 중이던 열기구가 착륙 도중 지상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업체 대표이자 조종사인 김모(55)씨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나머지 관광객 등 탑승객 12명은 타박상 등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사고 열기구의 최대정원은 조종사를 포함해 17명이다.
이날 사고 원인은 착륙 과정에서 발생한 돌풍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탑승객들에 따르면 사고 열기구는 이날 오전 7시35분쯤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 이륙장에서 출발해 30여분간 비행을 하다 착륙하는 과정에서 돌풍이 불면서 숲 속 나무 위에 걸렸다. 조종사 김씨가 열기구를 조정해 나무에 빠져 나와 다시 착륙을 시도하던 중 또다시 돌풍이 불면서 지상과 충돌했다. 충돌 후에도 열기구는 바람의 영향으로 100여m를 끌려가다 방풍림에 걸려 겨우 멈춰 섰다.
탑승객인 이모(42)씨는 “열기구가 착륙하면서 여러 차례의 충격이 이어지면서 탑승객들이 탑승용 바구니에서 튕겨져 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고 열기구 업체는 사업허가 단계부터 안전문제로 논란이 컸다. 해당 열기구 업체는 2015년 9월 사업등록을 하려고 했지만 안전문제 등의 이유로 제주항공청으로부터 3차례나 승인 불허 통보를 받았다. 제주지역은 돌발적으로 바람이 거세게 불어 열기구가 경로를 벗어날 수 있고, 풍력발전기와 고압송전탑, 오름 등 장애물이 많아 안전에 취약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주도와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불합리한 규제라며 항공청을 설득하면서 업체는 4번째 시도 끝에 지난해 4월 21일 항공레저스포츠사업 등록에 성공했고, 같은해 5월 1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결국 우려하던 사고가 발생하면서 열기구에 대한 안전 문제가 불거질 전망이다. 1999년 4월 제주국제열기구대회에 참가한 열기구 3대가 강풍으로 고압선에 걸려 추락해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해외에서도 지난 1월 이집트에서 관광객을 태운 열기구가 추락해 1명이 숨지고 12명이 중ㆍ경상을 입는 등 열기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강원 춘천시 스카이레저 주식회사가 제주에 이어 두 번째로 지난해 8월부터 춘천 의암호 일원에서 열기구 상업비행을 하고 있다. 또 수원시와 경주시 등에서는 지상에 줄을 묶어 놓고 열기구를 제자리에서 띄웠다가 하강시키는 계류비행을 하는 업체들이 운영 중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번 제주 열기구 사고와 관련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조종사 과실 여부 등을 포함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며 “또 현재 운영 중인 국내 열기구 75대를 대상으로 일제 안전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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