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31)가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12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투수의 연습 투구를 잡지 않아 주심이 공에 맞을 뻔한 상황을 만든 양의지에게 벌금 300만원과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80시간 처분을 내렸다.
양의지는 지난 10일 대구 삼성전에서 7회말 바뀐 투수 곽빈의 연습 투구 때 공을 잡지 않고 피했다. 뒤에 있던 정종수 주심은 화들짝 놀라 양 다리를 벌려 날아오는 공을 피해야 했다. 앞서 양의지는 7회초 타석에서 주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양의지가 판정에 불만을 갖고 일부러 공을 잡지 않은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장면이었다.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김태형 두산 감독은 곧바로 양의지를 더그아웃으로 불러 질책했다. 양의지는 “순간 공이 보이지 않아 놓쳤다”고 했지만, 결국 KBO 상벌위에 회부됐다.
벌칙 내규 7항에 따르면 ‘감독, 코치 또는 선수가 심판 판정 불복, 폭행, 폭언, 빈볼, 기타의 언행으로 구장 질서를 문란하게 했을 때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제재금 300만원 이하, 출전 정지 30경기 이하의 처벌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했다.
KBO 상벌위는 내규 7항이 정한 벌금 중 최고 수위인 300만원을 양의지에게 부과했다. 그러나 팀 전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출전 정지 징계는 내리지 않았다. KBO는 “고의성 여부를 떠나 그라운드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 것을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양의지가 출전 정지 징계를 피하면서 두산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팀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양의지는 대체 불가 자원이다. 2015년과 2016년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올 시즌에도 투수들을 안정적으로 리드하면서 11일 현재 타율 0.426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양의지의 비신사적 행위와 비슷한 사건은 28년 전에도 있었다. 1990년 빙그레-OB전에서 OB포수 정재호가 투수의 공을 고의로 포구하지 않았고, 공은 주심 마스크를 때렸다. 경기에서 곧바로 퇴장 당한 정재호는 상벌위에서 10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2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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