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성직자의 성추문을 옹호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이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며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공개서한에서 후안 바로스 칠레 주교의 성추문 사건을 언급하며 “진실하고 균형 잡힌 정보의 부족으로 이 상황을 평가하고 인식하는 데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가 상처를 준 모든 사람에게 사과하며 (희생자들과) 수 주 내로 만나 개인적으로 사과를 하고 싶다”며 “우리의 실수와 죄로 인해 깨진 교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칠레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공개서한은 칠레 가톨릭교회 성범죄 조사를 위해 파견됐던 찰스 시클루나 대주교의 2,300쪽 분량의 보고서를 검토한 뒤 나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조사 과정에서 ‘영혼의 상처’를 증언한 64인의 용기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보고서를 검토하며 “고통과 부끄러움을 느끼고 피해자들의 고통에 압도당했다”고도 전했다. 보고서를 검토한 교황은 칠레 주교들을 바티칸으로 불러들여 바로스 주교의 성추문 문제와 관련한 긴급 주교 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로, 긴급 주교 회의는 바티칸의 개입이 시급할 때에만 열린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2002년 미국 성직자 성추문 은폐 스캔들 당시에도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지난 1월 칠레를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로스 주교에 대한 칠레 기자의 질문에 “증거를 가져오면 이야기할 것”이라며 “단 하나의 증거도 없고 모든 것이 중상모략”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폐 정황을 모른 척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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