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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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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빠지다

입력
2018.04.1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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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예능 프로그램 ‘숲 속의 작은집’에 출연하는 배우 소지섭. CJ E&M 제공
tvN 예능 프로그램 ‘숲 속의 작은집’에 출연하는 배우 소지섭. CJ E&M 제공

예능프로그램에도 ‘소확행’(일상에서 누리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떠오르고 있다. 돈에 얽매이지 않고 인생을 즐기자는 ‘욜로’를 대신해 예능프로그램의 새로운 화두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화려한 삶을 영위할 것만 같은 유명 연예인이 일상에서 버리고 비우는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에게 친밀감을 전하는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기와 가스, 수도도 들어오지 않은 숲 속의 작은 집. 배우 박신혜와 소지섭은 스스로 고립된 이 숲 속에서 도심에선 느낄 수 없는 따뜻한 기분을 즐긴다.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를 지향하는 tvN 예능프로그램 ‘숲속의 작은 집’은 시청자를 웃기려고 하지 않는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미니멀 라이프로도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지, 현대인을 위한 ‘행복 실험’을 담백하게 풀어낸다.

프로그램은 삶의 방식이 복잡해진 오늘날 ‘비움의 미학’을 실천해 보이며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가족이 아닌, 나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주의가 확산된 사회 분위기도 ‘숲속의 작은 집’ 같은 프로그램 등장에 영향을 미쳤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나영석 PD는 4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우린 너무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며 “누구나 (가끔 혼자 있고 싶다고) 생각은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JTBC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 2’도 관광지인 제주의 풍광보다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상과 대화를 강조한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윤아가 민박집 아르바이트생으로서 청소를 하고, 배우 박보검이 월남쌈을 만들어 사람들과 나눠 먹는 모습이 소소하게 그려진다. 동질감이 느껴지는 장면이 따라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효리네 민박2’에 등장한 물걸레 청소기와 와플기계는 간접광고(PPL)를 하지 않고도 매출이 급상승해 화제를 끌기도 했다.

지난달 종방한 ‘윤식당2’은 이상적인 이웃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출연자들이 스페인의 외딴 섬 가라치코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가라치코 마을의 진짜 이웃이 돼가는 과정을 담아내며 행복의 가치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하지만 소박하게 그려지는 연예인의 일상이 되레 괴리감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소확행’은 실제로는 연예인의 재력이나, 제작진의 도움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적은 기회비용으로 소소한 만족감을 느끼자는 본래의 취지를 잃고 화제성을 쫓으면, ‘소확행’을 주제로 한 예능프로그램 역시 부유한 ‘연예인들만의 놀이’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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