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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빠지고 경제만 남은 북한 최고인민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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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빠지고 경제만 남은 북한 최고인민회의

입력
2018.04.1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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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발전 5개년 과업 등 논의

황병서ㆍ김원홍 국무위서도 배제

대외관계는 의제로도 거론 안 돼

“묵묵히 갈 길 가겠다는 의지”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6차 회의가 1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렸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회의 소식을 보도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석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로 미뤄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6차 회의가 1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렸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회의 소식을 보도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석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로 미뤄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기대와 달리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에 비핵화나 대외 정책 관련 논의나 결정은 없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화에 나선 게 대북 압박을 못 견뎌서가 아니라 자기들 계획대로라는 점을 북한이 짐짓 드러내려 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이 헌법상 국가 최고 지도기관이자 우리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의 제13기 6차 회의를 11일 개최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회의 소식을 보도하면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등 북한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로 미뤄 이번 회의에 김 위원장은 불참한 것으로 짐작된다.

김 위원장은 권력을 승계한 2012년 4월 이후 지난해까지 열린 8번의 최고인민회의 중 6차례 참석했다. 김 위원장이 불참한 회의는 2014년 9월과 2015년 4월 회의다.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된 특별한 대외 메시지도 이번 회의에서는 없었다. 관련된 입법이나 결정이 이뤄지기는커녕 의제로도 거론되지 않았다. 이번 회의가 이달 27일 남북 정상회담과 개최 시기가 5월 말이나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리는 만큼 북핵 문제, 남북ㆍ북미관계 등 대외 정책과 관련한 내용을 다룰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었다.

예년과 비슷한 통상적 수준에서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을 위한 내각의 2017년 사업정형과 2018년 과업 ▦작년 결산 및 올해 예산 ▦조직 문제 등 세 가지 사안이 안건으로 논의됐다.

일단 조직 문제와 관련, 중앙통신은 “회의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의 제의에 의하여 황병서 대의원을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에서, 김기남 대의원, 리만건 대의원, 김원홍을 국무위원회 위원에서 소환하였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당 조직지도부의 조사를 받은 뒤 군 총정치국에서 배제된 황병서ㆍ김원홍과, 같은 해 10월 당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당 부위원장에서 밀려난 김기남 등은 국무위원회에서도 제외됐다.

국무위원 자리는 김정각 신임 군 총정치국장과 박광호ㆍ태종수 당 부위원장, 정경택 국가보위상이 메우게 됐지만 황병서가 맡았던 부위원장은 따로 선임하지 않았다. 이를 감안할 때 당분간 박봉주 내각 총리와 최룡해 당 부위원장 2인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통신은 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의 위임에 따라 직무 변동된 것과 관련하여 박태성 대의원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에서 소환하고 정영국 대의원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서기장으로, 김수길ㆍ박철민ㆍ김창엽 대의원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으로 보선했다”고 전했다.

예산ㆍ결산과 관련해선 지난해보다 5.1%포인트 증가한 올해 예산안이 채택됐고, 지출 총액의 47.6%를 인민생활 향상 자금으로 돌리는 한편 국방비는 지난해보다 0.1%포인트 증가한 총액의 15.9%를 활용하기로 이번 회의에서 결정됐다고 중앙통신이 소개했다.

박봉주 총리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에 대해 보고하면서 “인민 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강화하고 인민생활을 개선ㆍ향상시키는 것을 중심 과업으로 틀어쥐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의 세 번째 해의 전투 목표를 기어이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각은 올해에 경공업과 농업, 수산 전선에서 생산적 앙양을 일으켜 인민생활 향상에서 전환을 가져오겠다”고 강조했다.

예상보다 평이했던 이번 회의 결과를 놓고 남북, 북미로 이어지는 연쇄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미리 변화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재차 표명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는 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이었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나 외압에 굴복해 협상에 나온 게 아니라 자기들 신념ㆍ로드맵을 굳게 유지한 결과 이런 국면이 만들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회의 불참에 대해서는 대화 국면을 의식한 결정일 거라는 관측이 일부에서 나온다. 회의에 참석했다면 핵 문제와 관련한 언급을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에 김 위원장이 놓였으리라는 것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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