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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금융권 필수 자격증 인증기관 ‘한국 FPSB’ 비리 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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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금융권 필수 자격증 인증기관 ‘한국 FPSB’ 비리 투성이

입력
2018.04.12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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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설계사 시험 등 주관하는

정부 인가 비영리 사단법인

없던 규정까지 만들어 임원 수당

예산 17%를 회장 공로금 지급

견적서만으로 130억 구매계약도

설립 후 임원 교체 한 번도 없고

이사회는 아무런 견제도 못해

금융권 취업 준비생이나 종사자들에게 국제재무설계사(CFP)와 한국재무설계사(AFPK) 시험은 필수로 여겨진다. 이러한 시험을 주관하고 이들의 자격을 인증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한국 FPSB(Financial Planning Standards Board Korea)란 곳이 있다. 2004년 정부 인가를 받아 세워진 이 기관이 그 동안 임원들에게 과도한 수당을 챙겨주느라 적자에 허덕이는 등 비리가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한국일보가 확보한 금융위원회의 ‘한국 FPSB 종합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관은 최근 정부에서 총 16가지 사안을 지적 받았다. 먼저 한국 FPSB는 적자가 예상되는데도 일부 임원에게 없는 규정까지 만들어 특별 수당을 지급했다. 이 기관 이사회는 지난 2016년 당시 퇴직을 앞둔 윤모 회장에게 퇴직금(1억3,000만원) 외에도 8억7,000만원의 특별공로금을 추가로 지급했다. 갑자기 열린 이사회는 윤 회장을 예우해 줘야 한다며 임원 퇴직금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윤 회장이 퇴직한 뒤 공석이 된 임원 자리는 이듬해 사무국장 B씨가 내부승진으로 차지했다. 이후 이 기관은 B씨에게도 퇴직금 2억4,000만원 외 8억7,000만원의 특별공로금을 챙겨줬다. B씨는 그전까지 임원이 아니어서 공로금 지급 대상이 아니지만, 이사회는 윤 전 회장이 평소 “B씨도 본인과 같은 수준으로 예우하라”고 언급한 점을 들어 공로금 지급을 결정했다. 지난해 이 기관의 예산이 51억원이었는데, B씨에게 21%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한 것이다. 한국 FPSB는 두 임원에게 2년에 걸쳐 17억4,000만원의 공로금(퇴직금 제외)을 지급한 탓에 2016년엔 11억, 지난해엔 3억9,000만원의 적자를 냈다. 금융위는 이 기관에 공로금 환수를 지시했다.

다른 보수 규정도 주먹구구식이었다. 이 기관은 퇴직직원 4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총 2억8,500만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이들이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기간은 길어야 1년10개월이었다. 4명 중 1명(C씨)은 위촉기간 동안 일을 한 게 거의 없는데도 1억원의 수당을 챙겼다. 창립 이후 지난해 9월말까지 223건(1,000만원 이상 계약)의 구매 계약(130억원)을 맺는 과정에서 214건은 견적서만으로 계약을 맺은 사실도 드러났다. 유흥주점, 노래방 등 섭외성 경비에 맞지 않게 사용된 내역도 31건(788만원)에 달했다.

이 같은 방만 경영이 가능했던 것은 이사회가 아무런 견제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기관의 임원은 회장을 포함해 총 8명인데 2004년 재단 설립 이후 임원이 교체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총회에선 정회원만 의결권을 가질 수 있는데, 이 기관에 자격갱신료를 내는 인증회원은 이사회에서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거쳐야 정회원이 될 수 있다. 직원수 30여명(임원 8명 포함)의 이 기관은 매년 50억원 가량의 수입을 거둔다. CFP와 AFPK 응시생은 매년 9,000여명에 육박한다. 자격증을 딴 이들도 2년마다 자격갱신료로 10만원(AFPK)이나 20만원(CFP)씩을 내야 한다. 한국 FPSB관계자는 “모든 규정을 제대로 갖춰야 하지만 인원이 적은 조직이라 다소 미흡한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손혁 계명대 교수는 “비영리 사단법인은 외부감사를 안 받다 보니 내부통제가 상당히 허술해 이런 기관이 허다할 것”이라며 “비영리 법인도 외부감사를 받는 식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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