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대기 오염과의 전쟁
중국 자본이 자국에는 더 이상 짓지 않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베트남에 대거 건설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베트남 내 대중국 여론은 물론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비슷한 석탄화력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겔렉심코(Geleximko) 그룹이 지난해 7월 5개의 신규 발전소 건설 계획을 베트남 정부에 제안한 사실이 산업무역부(MoIT)가 돌린 회람을 통해 공개됐다. 베트남 기업인 겔렉심코가 제안했지만, 중국자본과 연결돼 있는 겔렉심코의 프로젝트에 대해 유관 기관인 석탄광물공사(VInacomin)와 전력공사(EVN)에 의견을 묻는 내용이었다.
올해 초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그렇잖아도 가뜩이나 반중 감정이 높은 베트남 국민들은 크게 술렁거렸다. ‘중국이 이제는 남의 나라에서 발전소를 돌려 전기를 가져가려고 한다’, ‘돈에 눈이 멀어, 이웃나라 환경문제는 안중에도 없다’는 비판이었다. 중국은 대기오염 문제로 더 이상 석탄화력발전소를 짓지 않고 있으며, 기존 발전소를 철거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확인되자 분노는 극에 달했다.
지난달 말 광물공사와 전력공사는 겔렉심코의 제안에 반대의견을 산업무역부에 제시했다. 지분이 너무 높다는 이유였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을 놓고 다투는 모양새가 연출됐지만, 반중 여론을 거슬러 의견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는 현재 20여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두 기관이 겔렉심코의 프로젝트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은 최근 탄소 배출이 많은 석탄화력발전소 건립에 부정적인 국제사회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 베트남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토지 보상을 받는 극소수 주민들만 발전소 건립을 반길 뿐, 반대 주민들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일 정도”라며 “이 같은 문제 때문에 과거 발전소 건립에 돈을 대던 은행들도 발을 빼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지난 2월28일 낸 ‘기후변화와 에너지에 대한 입장’ 성명에 따르면 화력발전소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 830g/kWh 이하를 충족하지 못하는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은 지원하지 않는다.
한국은 정부차원에서 현재 북부 탄호아성의 ‘응이 손 2’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일본과 5대5 지분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 은행 관계자는 “응이 손 2 프로젝트의 경우 베트남 정부, 한국, 일본 그리고 대주단에서 선정한 제3의 기관에서 실시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서 문제 없다고 보지만 무리하게 일을 벌이는 중국이 일으킨 풍파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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