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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7년의 밤’ 추창민 감독 “불친절한 영화? 이 영화의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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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7년의 밤’ 추창민 감독 “불친절한 영화? 이 영화의 성격”

입력
2018.04.1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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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추창민 감독에게 ‘7년의 밤’은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정유정 작가의 동명 베스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사실 상 오락적인 상업영화와는 궤를 달리한다. 사실과 진실을 들여다보는 날카로운 메시지, 압도적인 서사가 담긴 원작을 영화화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많은 감독들이 손사래를 쳤지만 추창민 감독은 ‘7년의 밤’의 힘을 믿었다. 한편으로는 천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다른 작품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추 감독은 “‘광해’ 흥행으로 생긴 신작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 버리고 싶었다”고 했다.

.-개봉까지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만큼 ‘영화가 별로다’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런 말들에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개봉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편집본 때문이다. 첫 번째 편집본이 나오고 투자사와 이 이야기의 방향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상업영화로서 이런 방향이 맞느냐 안 맞느냐에 대한 내용이었다.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버전, 이미지적으로 강한 버전, 전사가 많은 버전 등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누구 하나 이게 정답이라고 손을 들어주지 못했다. 워낙 저마다 해석이 다양하니까. 영화의 방향성을 결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결국 이 최종본으로 결정했다. 후반 작업이나 CG(컴퓨터 그래픽)의 분량이 많은 영화이기도 했고.”

-플래시백 기법을 자주 사용했다. 소설을 읽지 않은 관객은 내용에 몰입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몇 년 후’ 등 시제를 자막으로 쓰자는 얘기도 했었다. 영화를 익숙하게 보는 분들도 헷갈려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제를 자막 처리 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왔다. 영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보다 느끼고 따라오는 게 중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이었다. 어떤 분들은 이 영화가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지 모르지만 그게 이 영화의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이상희가 분한 무녀는 무엇을 뜻하는 캐릭터인가.

“승환(송새벽)처럼 서원(고경표)을 지켜주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영적인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살면서 인간적인 손길 외에 영적인 손길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로 세상을 바꾸지는 않지만 염원해주고 기원해주는 존재 말이다.”

-원작의 힘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영화화하기 가장 어려운 소설이기도 하다.

“‘7년의 밤’의 가장 큰 단점은 누구에게도 동정 받지 못한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감정 이입을 해야 하지 않나. 최현수(류승룡)와 오영제(장동건)은 자식을 걸고 싸우지만 그 누구도 응원할 수 없다. 그게 제일 힘들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스릴러적인 요소보다 이들의 내면 속 이야기를 더 보여주려 했다.”

-원작 속 오영제와 달리 장동건이 분한 캐릭터는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

“원작 속 오영제는 사이코패스에 가깝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오영제라는 인물의 다른 면을 내가 만들었다. 물론 원작 속 오영제를 많은 분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영화 속 오영제에 많이 실망하실 수도 있다.”

-소설 속 오영제와 장동건의 이미지는 전혀 겹치지 않는데.

“소설의 이미지와 달랐기 때문에 적합하다고 생각해다. 관습적으로 어떤 인물을 표현할 때 쉽게 그릴 수 있는 인물이 있다. ‘사이코패스면 이런 사람이 어울리겠지?’라는 생각으로 몇 인물들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여기 나온 모든 인물은 저마다 비밀을 지니고 있고 이면이 있다. 물론 장동건의 외모는 오영제와 다르다. 젠틀하고 잘생긴 사람이 악을 표현했을 때 어떨지 생각하며 캐스팅했다.”

-류승룡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것 같은 캐릭터를 소화했다.

“류승룡이 참 많이 힘들어했다. 이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도 많이 했다. 다양한 자료와 책들을 찾아 본 걸로 알고 있다. 사실 우리가 살면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닌 것들을 표현해야 하지 않나. 남들 하듯이 표현하면 안 되는 장면들이 대부분이어서 늘 고민하고 힘들어했다.”

-그릇된 부성애를 지닌 아버지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관객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노력한 장면이 있나.

“사실 아버지의 이야기는 진부하고 익숙하다. 영화 속 월남전 이야기는 과거에 수도 없이 쓰인 이야기인데 난 개인적으로 그게 매력적이었다. 잊고 싶은 이야기겠지만 곧 우리들의 이야기고, 아버지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듣기 싫고 재미 없어도 봐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외면하지 말고 한 번 보길 바란 장면이다.”

-아동학대 등 폭력 장면은 최소화하려고 한 것 같다.

“사회적인 문제도 있지만 나도 딸이 있고 장동건도 딸이 있다. 그렇다 보니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많았다. 이 정도 수위로 나왔지만 잔인하다고 여기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전작 ‘사랑을 놓치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주로 따뜻한 시선을 가진 영화가 많았다. ‘7년의 밤’으로 처음으로 어두운 영화를 한 셈인데.

“기존의 작품들과 다르다는 분들이 많다. 근데 뭐 이것도 내 모습인 것 같다. 감독은 작품으로 거짓말을 잘 못한다고 생각한다. 전작들과 다른 연출을 보여주고 싶었다기보다는 이런 영화를 할 때는 이렇게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방식을 택했을 뿐이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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