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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新기록’ 김도연 “얼짱? 女 마라톤하면 떠오르는 선수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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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新기록’ 김도연 “얼짱? 女 마라톤하면 떠오르는 선수 될래요”

입력
2018.04.12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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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마라톤 기록 보유자 김도연./사진=김도연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걸그룹 멤버가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다. 무려 42.195km를 뛰어야 하는 마라톤에서 ‘얼짱 스타’가 나왔다.

지난 달 18일 동아일보 서울국제마라톤에서 풀코스를 2시간25분41초에 뛰며 21년 만에 한국 신기록을 세운 김도연(25ㆍ한국수자원공사)이 주인공이다. 그는 1997년 권은주(41)가 세운 2시간26분12초를 21년 만에 31초나 앞당겼다.

대회 후 외모 사진이 화제가 됐다. 김도연은 10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기사들을 봤는데 사진 속 모습들이 다 이상하더라”며 “노력한 모습을 보고 예쁘다고 해주시는 것 같아 감사했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그는 “결승선 통과 후 ‘해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당초 목표가 2시간25분59초~2시간26분00초였는데 더 잘 나와 놀랐다”고 떠올렸다.

김도연은 앞서 2월 일본 가가와현 마루가메에서 열린 가가와마루가메 국제하프마라톤에서 1시간11분00초를 기록, 2009년 임경희(36)가 작성한 한국기록 1시간11분14초를 14초 단축했다. 지난해 7월에는 5,000m 한국 신기록(15분34초17)을 세웠다. 마라톤 풀코스까지 신기록을 달성하며 3개 종목에서 한국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김도연이 풀코스를 뛴 것은 이번이 3번째다. 원래 그는 5,000m 선수였다. 김도연은 “작년 7월 5,000m 기록을 깨며 스피드를 많이 올려놨었다. 스피드에서 다른 마라토너들보다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거리 훈련만 충분히 하면 마라톤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열심히 준비했다”고 언급했다. ‘5,000m와 마라톤은 거리상 엄청난 격차가 있다’고 하자 그는 “사실 완전히 다른 종목이다. 페이스 조절에선 여유가 있었는데 거리 부분 준비에서 어려움이 따랐다”고 고백했다.

그는 “40일간 일본 도쿠노시마 섬에서 전지훈련을 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벽 6~8시, 오후 3~5시에 집중적으로 훈련해왔다. 그 시간 조깅, 도로 20~30km 거리주 훈련, 인터벌 훈련 등을 한다.

김도연은 목표 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운동할 때만큼은 목표를 정하고 힘들어도 참고 이겨내려 하는 편이다”고 야무지게 말했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육상을 시작하게 됐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던 그는 신관중 1학년 체력장 때 자신의 재능을 발견했다. 김도연은 “400m 달리기를 했는데 기록이 좋았다. 재능이 있는 것 같아 2학년 때 서울체중으로 전학했다”고 회상했다.

모교 서울체고 입구 옆에 걸려 있는 김도연 현수막./사진=박종민 기자.

최근 방문한 그의 모교 서울체고에는 한국기록 달성을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학교에 가봤다는 얘기를 하자 김도연은 “나도 직접 찾아 갔었다”며 “서울체고 장동영 감독님께서 가르쳐 주셨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체중에서 운동을 처음 시작했는데 그때도 장 감독님이 계셨다. 열정이 많으신 분이셨다. 가르침 받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할 뿐이다. 존경하는 감독님이시다”고 고마워했다.

5,000m, 1만m 트랙 선수였던 그가 마라톤을 시작한 것은 2016년이었다. 김도연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리던 해였다. 트랙 경기로는 기준 기록이 높아 대표로 선발되기 어려웠다. 마라톤 선수로는 가능할 것 같아 시작했는데 훈련 중 부상을 당했다. 완전치 못한 몸 상태로 경기를 뛰어 올림픽에 나설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힘들었던 기억에 대해선 지난 해 11월 중앙마라톤 때를 꼽았다. 그는 “종아리 근육이 손상돼 대회 한 달 전까지 훈련을 하지 못했다. 다행히 2시간31분24초로 우승해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웃었다.

소속팀 한국수자원공사 김영근 감독의 존재도 컸다. 김도연은 “감독님이 주시는 스케줄만 믿고 따랐다. 감독님은 개인별로 스케줄을 짜 주신다. 자신감이 넘치셔서 선수는 불안할 게 없다. 선수들의 말에 귀 기울여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롤모델은 김성은(29ㆍ삼성전자)이다. 김도연은 “현역 선수 중 2시간20분대를 가장 꾸준히 기록하고 계신 분이다. 언니처럼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김도연(왼쪽에서 4번째)./사진=김도연 인스타그램.

비인기 종목인 육상의 현실에 관해서도 물었다. 그러자 “선수층이 얇다. 인기도 없고 힘들다 보니 어린 학생들도 육상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며 “다른 스포츠는 관중도 많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은데 육상은 뭔가 우리만의 경기인 느낌이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그나마 마라톤은 동호인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작년 중앙마라톤 때 응원을 많이 해주시더라. 5,000m 때는 그런 경험이 별로 없었다. 곁에서 응원해 주시니 재미있더라”며 “육상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선수들이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희망했다.

육상 선수의 수입에 대해서는 “다른 비인기 종목에 비해 연봉이 나쁘진 않는 것 같다. 팀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결국 선수 하기 나름인 것 같다”며 “옛날처럼 그렇게 배고프고 어렵고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대답했다. 김도연은 서울국제마라톤 우승으로 대회조직위원회에서 주는 한국기록 상금 5,000만 원과 대한육상연맹 신기록 포상금 1,000만 원, 소속팀 포상금 2,000만 원 등을 받는다. 여태 모은 돈은 어디에 쓸 것이냐고 질문하자 “집을 사고 싶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도연은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20년 도쿄올림픽 메달권 진입이 목표다”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폴라 래드클리프(45ㆍ영국)가 2003년 세운 세계기록(2시간15분25초)과는 약 10분 정도 차이가 나지만, 김도연은 아시안게임에서 2시간20분에 가까운 기록을 낸다면 금메달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국내 남자 마라톤이라 하면 황영조(48), 이봉주(48) 등 선배님들을 떠올린다. 여자 마라톤 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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