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당 잡힌 중고차 판매 사기 피소
警, 경위 파악 위해 신병확보 주력
충북 증평에서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된 40대 여성의 차량을 그의 여동생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동생은 관련 서류를 대리 발급받고, 언니의 휴대폰을 이용해 매매상과 연락해 판매한 직후 출국한 것으로 파악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괴산경찰서는 증평군 아파트에서 딸과 함께 숨진 A씨와 A씨의 여동생 B씨의 휴대폰 통신기록 영장을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이 수사 대상을 B씨까지 확대한 것은 B씨가 A씨 소유의 SUV 차량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A씨의 휴대폰을 사용한 데다 매각 이후 출국해 그 경위와 배경 파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B씨는 지난 1월 2일 서울의 한 구청에서 A씨의 인감증명서를 대리 발급받고, A씨의 도장, 차량 등록증 등 서류를 갖춰 1,350만원에 A씨 소유의 SUV를 중고차 매매상에게 팔았다. 하지만 이 차량은 캐피털 회사가 1,200만원의 저당권을 설정한 상태였고, 매매상은 같은 달 중순 A씨와 B씨를 경찰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B씨는 자신의 휴대폰 대신 A씨의 휴대폰을 사용해 차량을 판매한 직후 출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B씨가 입국하는 대로 출석요구를 하고,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신병을 확보해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경찰은 A씨가 B씨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면서 자금난을 겪어 여러 곳의 제2금융권은 물론, 직원들에게도 돈을 빌렸던 것으로 파악했다.
앞서 A씨는 6일 오후 5시 18분쯤 증평군 한 아파트에서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발견 당시 목과 가슴, 배 부위 등에 흉기로 자해를 시도한 ‘주저흔’이 있었으며, 주변에는 수면제와 극약 15봉지가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A씨의 시신에선 극약이 600g 가량 발견됐다. 국과수는 경부 자창과 독극물 중독이 사인이라는 소견을 내놨다.
경찰 관계자는 “여동생인 B씨가 차량을 판 뒤 잠적해 사기 혐의로 피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A씨의 죽음과는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A씨와 딸은 유족이 없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장례를 치르고, A씨 등의 사망시점과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B씨의 신병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증평=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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