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4주기 맞아
부모들 편지 110편을 책으로
책은 슬픔과 고통의 범벅이다. 세월호 아이들에게 보내는 부모들의 육필 편지 110편을 모은 ‘그리운 너에게’(후마니타스). 세월호 참사 4주기에 맞춰 나온 책을 읽는 동안은 누구나 울보가 될 것이다.
편지들은 거의 예외 없이 “그립다”로 시작해 “사랑해”로 끝난다. 편지에 제일 많이 쓰인 문장도 “사랑해”다. “(너의) 마지막 말 ‘아빠, 살아서 갈게…’ 아빠가 말로 못했던 그 말, 그 말, 그 말은 사랑한다. 아들 범수야.”(김범수에게) “아빠가 우리 민우 살아생전에 한 번도 안 한 말. 사랑한다.”(이민우에게) 소중한 이에게 우리가 당장 해야 할 말이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말은 틀렸다. 부모들은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산다. “우재야, 아빠가 너를 보내 주어야 친구들과도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걸까? 아빠는 아직도 마음의 결정을 못하겠다.”(고우재에게) “오늘도 엄마는 눈뜨자마자 귓속의 숨결로 너의 안위를 묻는다. ‘잘 잤니?’ ‘응, 엄마.’”(이재욱에게) “여전히 인피니트 우현이의 팬이겠지? 엄마, 아빠 노래 내려 받아 달라고 부탁했더니, 인피니트 노래를 모두 받아 줬었지. 여전히 잘 듣고 있어. 엄마, 아빠는 우리 딸이 내려 받아 준 노래가 여전히 최신곡이야.”(편다인에게)
가장 두려운 건, 아이들의 이름이 잊히는 것, 혹은 눈물로만 기억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이름을 자꾸 부른다. “사랑하는 내 딸 은정”을, “영원히, 별이 된 아들 찬민”을, “내 인생의 행복이었던 나의 아들 강민”을, “자장면 한 그릇에도 동생을 챙길 줄 알았던 세희”를. 책 표지에 아이들 이름을 양각으로 새긴 건 사람들의 마음에도 새겨지길 바라서라고 한다.
부모들, 어른들의 남은 책임은 진실 인양이다. “끝까지 버틸 것이고, 너희의 억울한 죽음을 끝까지 밝혀주리라는 걸 약속한다.”(정동수에게) 세월호 유족들이 책을 기획했다. 책에 실린 편지들을 인터넷 사이트(www.416letter.com)에서 12일부터 볼 수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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