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언론 “카운터파트 공석에 사전 조율 없이 진행”
외교성과로 국내 악재 돌파하려던 아베 총리 당혹

일본 정부가 다음주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과 사전 조율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외교라인 교체로 일본이 공들여 쌓은 외교채널이 대부분 공석인 탓이다. 방미 성과를 통해 재무성의 문서 조작과 육군 자위대 일일 보고문서 은폐, 가케(加計)학원 의혹까지 삼중고를 돌파하고자 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난 셈이다.
통상적으로 정상회담은 각료와 실무진이 회담 일정과 의제, 합의 수준에 대한 사전 조율을 거친다. 정상 간의 만남 자체는 이를 토대로 한 합의사항 발표에 앞서 미세한 조정을 하는 형식적 절차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상 간의 회담이 이례적으로 곧장 실전이 될 수 있는 우려를 안고 진행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1일 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0일 총리관저에 두 차례에 걸쳐 외무성 간부를 불러 약 두 시간 정도 미일 정상회담에서의 대응방안을 협의했다. 방미 기간 진행될 정상회담은 대북정책에 대한 연계와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통상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정상회담에서 안보와 통상이 주된 의제인 만큼 일본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이 카운터파트인 미국 국무부와 무역대표부(USTR)와 사전 조율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장관이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다섯 차례 개별회담을 가졌던 렉스 틸러슨 전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해임됐다. 후임으로 지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아직 취임 전으로, 12일(현지시간) 상원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야치 쇼타로(谷内正太郎) 일본 국가안보국장의 협상 상대인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지난달 해임됐고, 후임인 존 볼튼 보좌관은 9일 공식 취임했다. 이에 일본 측은 매슈 포틴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회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미국과 통상 문제 등을 논의해야 하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재무장관의 협상 파트너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지난달 게리 콘에서 래리 커들러로 교체됐다.
지난해 2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첫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이마이 다카야(今井尚哉) 총리 정무비서관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일정과 회담 내용을 사전 조율한 것과 대조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실무진에선 시나리오를 쓸 수 없다. 예측 불가능하다”는 외무성 간부의 언급을 인용, 이번 정상회담이 곧바로 실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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