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끊어진 전선 정밀분석
지난달 28일 축구장 56개 면적에 해당하는 산림 40㏊를 잿더미로 만든 고성산불이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입산자 실화나 자연 발화 가능성보다는 전기적 요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산불 발생 초기 상황이 촬영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한 경찰은 고성군 간성읍 탑동리 채석장 인근을 최초 발화지로 추정하고 있다. 이 영상에는 채석장 인근 비포장도로 경사지와 4m 폭 개울 건너편 쪽에서 불이 나 번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은 “산불 최초 발화지로 향하는 도로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확보해 분석했으나 발화 시간대에 다른 사람이 드나든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채석장 인근 비포장도로 옆에 깔린 전선의 ‘단락흔(끊어진 흔적)’에 주목했다. 화재 이후 250여m 가량 가설된 전선에서 피복이 30~60㎝ 길이로 녹아내린 흔적이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전선의 단락으로 스파크가 튀어 난 불꽃이 강풍으로 번진 것인지, 다른 곳에서 난 불이 전선 피복을 녹여 단락이 발생한 것인지 등을 정밀분석 중이다. 국과수 분석 결과에 따라 경찰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경찰은 국과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채석장 관계자를 불러 전선의 가설과 용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전선의 노후화 또는 불량 여부, 관리 주체 등 책임 소재도 따져볼 계획이다.
지난달 28일 발생한 이 불로 40㏊의 산림과 단독주택 등 16채의 건물이 소실됐다. 재산피해는 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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