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절약하면 암호화폐를 지급하는 블록체인 모델로 주목 받고 있는 영국 기업 ‘에너지마인’이 한국에 진출한다.
11일 서울 논현동 호텔카푸치노에서 열린 ‘한국 진출 기념 간담회’에서 오마르 라힘 에너지마인 대표는 “에너지마인의 첫 번째 해외 진출국을 한국으로 정했다”며 “한국 대기업, 대학교, 정부기관 등과 사업 협력을 논의하고 있으며 상반기 중으로 한국 소비자들도 에너지 관리 블록체인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마인은 2016년 11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에너지 사용 패턴을 분석해 효율적으로 관리해 주는 업체로 출발했다. 유럽 1,100개 지역의 1억4,000만달러 규모 에너지를 인공지능(AI) 기술로 관리하면서 지금까지 누적 매출 50만달러를 올렸다. 사업 모델에 블록체인을 접목하기 위해 올 2월 진행한 이더리움 기반의 ‘에너지토큰’ 암호화폐공개(ICO)에서 1시간21분만에 400만달러(약 43억원)를 모집해 화제가 됐다. 총 조달금액은 1,500만달러(약 160억원)다.
에너지토큰은 에너지를 절약한 행동에 대한 일종의 인센티브다. 전기사용량을 줄이는 단순 행동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을 구입하거나, 출퇴근시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도 토큰이 지급된다. 이용자들이 토큰을 현금으로 바꾸거나 전기요금 지불, 전기차 충전 등에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에너지마인의 모델이다.
라힘 대표는 “금전적 보상을 주면 누구나 에너지를 절약하려 할 것이고 이로 인해 이득을 보는 주체가 바로 우리의 고객사”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절감이 필요한 공장 운영자나 에너지 절약 제품을 판매하는 제조사, 교통체증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부 등을 대상으로 한국 내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외에선 영국 국영철도 기업 ‘네트워크레일’, 글로벌 기업 에너지 관리자를 회원으로 둔 ‘에너지 관리자 협회’, 영국 프랑스 등에서 300여개 주유소를 운영 중인 ‘유로 거라쥐’ 등과 협약을 맺고 막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에너지마인이 한국을 선택한 건 필수적이었다. 라힘 대표는 “에너지토큰을 보유하고 있는 고객 중 60~70%가 한국인”이라며 “한국은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최신 기술도 빠르게 받아들여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마인의 한국 서비스를 앞당기기 위해 라힘 대표와 에너지마인 자문위원인 루퍼트 리즈데일 영국 상원의원은 12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리는 ‘블록체인서밋 서울 2018’ 행사를 찾는다. 에너지마인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국내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리즈데일 의원은 “에너지토큰은 단발 캠페인이 아니라 사람들이 쉽고 적극적으로 꾸준히 동참하게 만드는 보상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