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덜덜이’ 작업에…900만원 중고차를 1700만원에 산 주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덜덜이’ 작업에…900만원 중고차를 1700만원에 산 주부

입력
2018.04.11 11:03
0 0

경기남부청, 경기ㆍ인천 매매상 55명 검거

계약 취소하려면 문신 보이며 협박…

겁에 질려 시세보다 비싼 다른 차 떠안아

현역 장교 등도 당해 “1인 방문 주의해야”

중고차 강매 일당이 고객을 속이려 허위매물의 퓨즈 등을 빼놓는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중고차 강매 일당이 고객을 속이려 허위매물의 퓨즈 등을 빼놓는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주부 김모(41)씨는 지난해 3월 인터넷 중고차 매매사이트에서 차량을 검색하다, 평소 갖고 싶었던 제니시스 매물을 찾았다. 시세대로라면 1,500만원 넘는 차량을 860만원에 급히 팔겠다는 업체의 광고였다. 경기 부천시에 있는 A매매상사 전시장을 홀로 찾은 김씨는 시동이 걸리는지 유무만 확인하고는 계약금 150만원을 걸고 서류부터 작성했다. “상태도 좋고 가격도 싸서 다른 사람이 낙아 채갈 수 있다”는 매매상사 대표 이모(27)씨의 말만 믿고서다.

하지만 계약서를 쓰고 났더니, 멀쩡했던 차량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김씨가 사무실에 들어간 사이 매매상사 다른 직원이 몰래 퓨즈를 빼놓은 것이었지만, 이를 몰랐던 김씨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멋쩍어하던 이씨는 “제조사가 성능시험을 하던 차량이었는데, 급발진 위험이 있어 보인다”며 다른 매물을 둘러보자는 말을 꺼냈다. 어쩔 수 없이 이씨를 따라 전시장을 돌며 10여대의 차량을 본 김씨는 “너무 비싸다”며, 이씨 측에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 순간 김씨를 둘러싼 이씨와 매매상사 직원 등 3명이 “아줌마 때문에 발 품판 게 얼만 줄 아느냐”며 온갖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팔 등에 새겨진 문신을 내보이며 때리려는 듯 주먹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겁에 질린 김씨는 시세 900만원 상당의 2008년식 제니시스를 2배에 달하는 1,700만원에 매입할 수밖에 없었다.

허위매물로 고객을 유인, 차량에 결함이 있는 것처럼 속이는 이른바 ‘덜덜이’ 작업으로 다른 고가의 차를 강매해온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등 혐의로 55명을 검거, 이씨 등 9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씨 등은 경기ㆍ인천지역 중고차 매매상사 15곳의 대표 등으로, 지난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허위매물을 보고 찾아온 김씨 등 131명에게 14억원 상당의 중고차를 강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허위매물을 본 피해자가 사무실에서 ‘계약 파기 시 위약금’ 등의 문구가 삽입된 계약서를 급히 쓰는 사이 연료분사 노즐과 퓨즈 등을 빼놓는 일명 ‘덜덜이’ 작업을 해 시세보다 300만~500만원 비싼 다른 중고차를 구매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나온 피해자가 차가 덜덜거리는 모습을 보고 구매 취소 의사를 밝히면, 이씨 등은 미리 받아놓은 계약금을 돌려줄 수 없다거나 높은 위약금을 물어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반발하는 피해자에게는 욕설을 하고 심지어는 주먹으로 가슴팍을 치거나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피해자 중에는 김씨처럼 주부뿐 아니라, 현역 육군 소령도 있었다고 한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한국소비자원과 일선 경찰서에 접수된 피해 사례 등 32건을 취합하는 등 수사에 나서 이씨 등을 검거했다. 또 이들이 사용한 중고차 사이트 2곳을 폐쇄했다.

경찰 관계자는 “예상비용보다 비싼 값에 차를 사게 된 피해자에게는 할부중개업체를 통해 대출을 받도록 하고, 불법 중개수수료를 챙기기도 했다”며 “중고차를 구입할 때는 되도록 홀로 전시장을 방문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