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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플랫폼 자부심 회복, 네이버 노조가 앞장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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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플랫폼 자부심 회복, 네이버 노조가 앞장설 것”

입력
2018.04.11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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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설립 19년 만에 노조 창립

불모지 IT업계서 새길 개척 주목

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네이버노조 오세윤(왼쪽 세번째) 위원장과 정민철(왼쪽 두번째) 부위원장 등 노조원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홍인기 기자.
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네이버노조 오세윤(왼쪽 세번째) 위원장과 정민철(왼쪽 두번째) 부위원장 등 노조원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홍인기 기자.

“공정한 플랫폼에 대한 무너진 자부심을 꼭 회복하고 싶어요.“

지난 5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만난 네이버 노조원들의 첫 마디는 그랬다. 서로를 스탭이라고 부르는 그들은 혁신을 시작하고 있었다. 노조의 정식 명칭은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 하지만 이 딱딱한 이름보다는 그들이 스스로 지은 별칭, ‘함께 행동하여 네이버를 깨끗하게 성장시킨다’는 뜻의 ‘공동성명(共動成明)’이 조합원들의 눈빛에 더 잘 어울렸다.

국내 최대 포털업체이자 가장 성공한 벤처기업인 네이버에 설립 19년만에 노조가 생겼다. 노조를 만들려는 시도는 2014년에도 있었지만 다수의 공감을 얻지 못해 실패했다. 그러나 이번에 출범한 노조는 이틀 만에 전 계열사 직원의 약 8분의 1인 1,000여명이 가입할 정도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10월 네이버 뉴스편집 임원이 청탁을 받고 스포츠뉴스 배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정민철(36) 부위원장은 “지금껏 ‘네이버가 여론을 조작한다’는 의혹이 제기돼도 우리는 데이터에 따라 기술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공정한 서비스를 한다고 굳게 믿어왔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런 자부심이 많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구성원들은 이를 오랜 불통이 터진 결과라고 봤다. 오세윤(35) 위원장은 “우리도 구글같은 해외 정보기술(IT) 회사처럼 활발하게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문화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경영진이 소리소문없이 결정하고 직원들은 무조건 따르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같은 문제의식을 느낀 직원 10여명이 직장인 익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라인드’를 통해 모였고 1월부터 본격적으로 팀을 꾸렸다.

#“임원 뉴스 조작으로 신뢰 깨져

경영진 오랜 불통이 낳은 결과”

# 출범 이틀 만에 1000여명 가입

“장시간 근로 등 문제 제기할 것”

‘노조 불모지’로 유명한 IT업계에서 노조를 만드는 건 쉽지 않았다. 스탭들 대부분은 노조 가입 경험조차 없었고 선례가 될 만한 IT기업도 전무했다. 결국 지난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의 노조 조직을 도왔던 정의당 노동상담센터 ‘비상구’를 찾아갔고, IT업계 산별노조가 없어 화섬노조와 손을 잡았다. 이 경험을 통해 노조에겐 ‘IT업계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연대한다’는 목표도 생겼다. 정 부위원장은 “개발자들은 주로 혼자 작업을 하는데다 단체활동을 해본 경험도 없어서 회사에 문제가 생겨도 ‘IT에 노조가 가능하겠냐’며 그저 이직해버린다”며 “네이버 노조가 앞으로 좋은 선례가 되는 것은 물론 같은 업계 근로자들이 노조를 조직할 때 적극적으로 조언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곧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이미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청했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정성 회복은 물론 장시간 근로 문제 등의 안건을 전달할 생각이다. 오 위원장은 “소통을 강조하며 출범한 만큼 편한 직장동료처럼 조직원들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라며 “본사는 물론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계열사 직원들까지 더 많은 사람들이 노조의 문을 두드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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