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역~일산동구청 버스전용차로
교통량 비해 정류장 비좁게 설치
출퇴근시간 30~40대 줄 지어
9일 도로변 임시정류장 2곳 설치
뒷북 대책… “근본 처방 나와야”
서울에 직장을 둔 박모(45ㆍ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씨는 퇴근 때마다 짜증이 난다. 집으로 가는 ‘일산 중앙로’ 버스전용차로가 극심한 차량정체로 버스 안에 장시간 갇혀 꼼짝도 못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어서다. 교통량에 비해 전용차로 정류장이 비좁게 설치돼 한꺼번에 몰려드는 버스들을 다 소화하지 못하는 게 원인이다.
그는 10일 “퇴근시간엔 정류장마다 버스 30~40대는 줄지어 서 있다”며 “평소 5분이면 가는 거리를 출퇴근 시간 때는 30분이나 걸린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처럼 버스로 서울을 오가는 일산 시민들의 교통 불편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일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중앙로(왕복 8차선) 지하철 3호선 백석역~일산 동구청(2.5km) 구간은 차량정체로 악명이 높을 정도다.
9일 오후 4시쯤 일산 중앙로 중앙버스전용차로는 퇴근시간 전인데도 버스들이 길게 꼬리를 물고 서 있어 승용차 등 차량들이 쌩쌩 달리는 일반차로와 대조를 보였다.
마두역 정류장에서 내린 한 시민은 “버스정류장을 지나는데 워낙 시간이 오래 걸려 차라리 걸어가고 싶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백석역~일산동구청 구간은 평일 출퇴근 시간 때면 한 방향 기준으로 시간당 40개 노선에 200여대의 버스가 다닌다. 해당구간의 최대 버스 통행량(시간당 150대) 보다 30% 이상 많은 수준이다. 마을버스와 시내버스는 물론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까지 전부다 진입이 가능하도록 한 게 차량혼잡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도 전용차로 정류장은 버스가 3~5대 밖에 정차할 수 없는 구조이다 보니 교통 혼잡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버스전용차로가 일반도로보다 더 밀리는 경향을 보인다. 시가 지난해 진행한 연구용역 결과 이 구간 전용차로의 출근(오전6시~8시) 시간 대 버스평균 속도는 시속 23.9㎞로, 일반 도로(25㎞)보다 느렸다. 버스 통행량도 적정량 보다 많고 정류장에 버스들이 몰리는 구조라 전용차로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편 서울방면 전용차로도 사정은 비슷했다. 시는 2015년부터 계속된 관련 민원을 외면하다 9일에서야 도로변에 임시 정류장 2곳을 따로 설치했다. 전용차로 정류장에 집중되는 버스를 분산시켜 정체를 풀려는 것이다.
그러나 시의 이런 대책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다. 강태우 맑은고양만들기(시민단체) 감사는 “시민들의 고통을 3년 가까이 외면하고 뒤늦게 임시 정류장을 설치했다”며 “임시정류장이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며, 시민들을 위해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놨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시 관계자는 “연구용역에 1년이 걸렸고, 운송회사와의 협의도 늦어진 측면도 있다”며 “하루 밖에 안됐지만 도로변 정류장 설치 이후 교통정체가 확연하게 줄어 앞으로 추가 대책을 계속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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