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길상 8인치코리아 대표
평창올림픽에서 경찰관들이 탔던 전동휠은 대구에서 가져간 것이다. 세계적인 축제인 만큼 전국의 이름난 ‘금손’들이 몰렸지만 결국 전길상(36)8인치코리아 대표가 낙점됐다. 전 대표는 “이 분야에도 쟁쟁한 대형업체들이 버티고 있어서 우리 제품이 선택될 줄은 몰랐다”면서 “대통령이 우리 휠을 시승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전율을 느꼈다”고 밝혔다.
전 대표는 대구 달서구에서 ‘전동휠 수리 달인’으로 유명하다. 강정보에서 전동휠 판매와 대여를 하는 곳은 많지만, 전문적으로 수리까지 하는 곳은 전 대표가 유일하다. 8인치코리아 전동휠은 물론이고 타 매장에서도 전동휠이 고장 나면 전 대표 매장으로 가져온다. 매출의 절반이 수리비다.
지난겨울 전 대표의 실력을 증명하는 사건이 있었다. 구미에 사는 한 남성이 찾아와서 “거금을 주고 전동휠을 샀는데 한 달도 안 돼 고장이 났고, 판매점에서 수리가 안 된다는 말만 한다”고 하소연했다. 전 대표는 20분도 안 돼 원인을 파악했다. 부품을 구해서 교환하자 두 달 넘게 숨이 끊어졌던 전동휠이 언제 그랬냐는 듯 쌩쌩 달리기 시작했다. 손님의 입에서 “역시 달인”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전 대표는 현재 전국에 10개의 대리점을 가지고 있다.
/그림 2군대 부사관 시절 전길상 대표(왼쪽 첫번째). 군생활의 경험이 사회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중고명품 사업 실패의 쓰라린 기억
전동휠 수리의 달인으로 명성을 얻기까지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버텼다.
전동휠로 전국구 금손으로 자리 잡는 데는 다양한 경험들이 도움이 됐다. 전 씨는 지역 공고 전기과를 졸업한 후 부사관 생활을 했다. 2008년 전역한 후 세차장 아르바이트, 영업사원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번번이 학력 때문에 거절을 당했다.
그러던 중 중고명품 시장에 눈을 떴다. 시장이 막 열리는 즈음이라 문을 열자 대박을 쳤다. 한 달에 1,000만 원도 거뜬했다. 돈 버는 게 쉽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남다른 경쟁력도 없는 분야는 한계가 있었다. 돈이 된다는 말에 너도 나도 중고명품 시장에 뛰어들었고 그 바람에 전 대표의 호황은 얼마 안 가 끝이 났다. 2년도 채우지 못하고 보증금까지 까먹고 빈손으로 가게를 비워야만 했다.
전동휠은 중고명품 가게가 망하고 백수로 지내던 시절 우연히 만났다. 친구가 전동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바람이나 쐴 겸 전동휠을 타고 강변에 나갔는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물어왔다. 순간 ‘이거다’하는 생각에 사업을 구상했다. 주위에서는 대기업이 시장을 잠식할 거라며 만류했지만, 대기업이 A/S 센터까지 직접 운영하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전동휠 연구에 몰두하다 죽을 뻔한 사연
2009년 무렵, 전 대표는 강정보 인근에 낡은 컨테이너 작업실을 마련했다. 얼마 안 가 노숙자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았다. 꾀죄죄한 작업복에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르고 하루 종일 기계만 만지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고물상이라고 말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컨테이너 앞에 수북하게 쌓인 전기 관련 물품들을 두고 고철이라고 수군거렸다. 남이야 뭐라고 하든 전동휠 연구에만 파고들었다.
“한번은 모기향이 넘어져 신문지에 불이 붙는 바람에 죽을 뻔 했습니다. 배터리 쇼트로 손가락에 화상을 입는 바람에 트라우마가 생기기도 했구요. 아직도 배터리 교체를 주저합니다. 이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100% 달인이 되는데 고민입니다, 하하!”
하루 2~3시간의 토막잠으로 버티면서 전동휠을 분해하고 원리를 연구했다. 반년쯤 지나자 전동휠이 간단하기 그지없는 기계로 보였다. 원리를 꿰고 나니 수리는 그저 먹기였다.
이듬해 봄, 드이어 컨테이너 앞에 ‘전동킥보드 대여 및 수리’라는 간판을 걸었다. 그때서야 주변의 오해가 풀렸다.
매장을 열자 문의가 빗발쳤다. 온라인과 비교해도 가격 차이가 없고, 무엇보다 A/S가 가능하다는 점 덕분에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얼마 안 가 비슷한 매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명품중고 가게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A/S라는 독보적인 경쟁력 덕분이었다.
“대구가 전기차 도시로 가고 있는데, 전동휠 도시로도 통할 수 있도록 사업을 키우고 싶습니다. 세계적인 축제에서 인정을 받았으니까 발판은 충분히 마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전국에서 가장 안심하고 전동휠을 탈 수 있는 도시로 우뚝 세우겠습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그림 3전동휠 사업을 처음 했을 때 숙식을 하면서 지냈던 컨테이너.
/그림 4전길상 대표가 고장난 전동휠을 직접 수리하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그림 5평창올림픽에서 경찰관들이 순찰용으로 사용된 8인치코리아의 전동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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