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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하다 영구차라도 보면…” 장례식장 혐오시설 갈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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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하다 영구차라도 보면…” 장례식장 혐오시설 갈등 여전

입력
2018.04.10 2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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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제로 바뀌어 설립 문제없고

대법도 “기피시설 아니다” 했지만

주거 악영향 들어 반대 잇따라

서울 강북구 송천동 강북휴요양병원 자리에 장례식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인근 주민들이 ‘강북휴요양병원 장례식장 건립 저지 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반대시위에 돌입했다. 한소범 기자
서울 강북구 송천동 강북휴요양병원 자리에 장례식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인근 주민들이 ‘강북휴요양병원 장례식장 건립 저지 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반대시위에 돌입했다. 한소범 기자

“주거지역인 우리 동네에 장례식장이 웬 말이냐.” “통학로에 들어설 장례식장, 절대 불가!”

10일 오전 8시 서울 강북구 송천동 한 아파트 단지 앞으로 주민 십여 명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손에는 하나같이 ‘장례식장 반대’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었다. 등교시간에 맞춰 인근 초등학교로 가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관심이라도 보일라치면, 한두 명이 달려가 흥분된 목소리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응급차만 봐도 기겁을 하는데, 아이들이 등교하다가 영구차라도 보면 얼마나 놀라겠어요.” 이들 머리 위로는 ‘장례식장 건립 저지 투쟁위원회’ 명의 현수막이 여럿 걸려 있었다.

송천동 일대가 때아닌 소란을 겪고 있다. 이곳에 위치한 강북휴요양병원(옛 서울컨벤션웨딩홀) 건물 지하에 지난달 29일 장례식장 설립 신고가 접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부 주민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서고 있어서다. 주거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거나, 인근에 초등학교가 있어 면학 분위기를 망친다는 게 주된 이유인데, 한편에서는 전형적인 님비(NIMBYㆍ혐오시설 기피)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반대 주민들은 ▦교통량 증가 ▦보행자 통행 위협 ▦시신 운구와 곡 소리, 향냄새 등 주변 환경에 타격 ▦유족과 조문객의 침울한 분위기로 인한 주민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특히 가까운 초등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학부모들 반대 목소리가 크다. 저마다 이유를 들지만 결국은 장례식장이 혐오시설이라는 것. 저지투쟁위원회를 주도하고 있는 주소이씨는 “200m도 안 되는 곳에 다른 장례식장이 있는데 또 장례식장을 세우겠다는 건 온 동네를 곡 소리로 채우겠다는 뜻 아니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들을 곱지 않게 보는 이들도 있다. 님비 현상이라는 것이다. 2016년 1월 의료법 개정을 통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뀐 장례식장 설립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을뿐더러 대법원 역시 2004년부터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사후 명복을 기원하는 장례식장을 혐오시설, 기피시설로 볼 수 없다’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전형준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는 “해당 시설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내 집 앞에는 절대 안 된다는 전형적인 님비”라며 “이는 장례식장은 혐오시설이 아니라는 법적 판단과도 다른 문제“라고 꼬집었다.

사실 장례식장 기피 정서는 이곳만 그런 건 아니다. 유명 상조업체인 보람상조는 얼마 전 경기 고양시에 장례식장을 세우면서 명칭을 ‘상암 메모리얼 호텔’이라 했다가 난데없이 서울 상암동 주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경기 안산시가 화랑유원지에 조성을 추진 중인 추모공원 역시 주민 반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전 교수는 “님비라는 비판과는 별개로 적극적으로 나서 주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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