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
그룹 순환출자고리 7개서 4개로
삼성전기ㆍ삼성화재 지분만 남아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모두 처분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가 지난 2월 변경한 ‘합병 관련 순환출자 금지규정 해석지침’(순환출자 가이드라인)에 따른 지분 매각이다. 매각이 성사되면 기존 순환출자 고리 7개 중 3개가 해소된다.
삼성SDI는 10일 이사회를 열어 삼성물산 주식 404만2,758주(2.16%)를 5,821억5,715만2,000원에 처분하기로 했다. 공시한 처분 예정일은 11일이다.
지분 매각 주관사로는 씨티증권과 CS증권이 선정됐다. 매각은 국내외 기관투자자에게 주식을 넘기는 ‘블록딜’ 방식으로 진행된다. 삼성SDI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진행해 11일 주식 시장 개장 전 거래를 끝낼 계획이다.
삼성SDI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뒤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904만주 중 500만주를 처분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기존 해석이 잘못됐다”며 나머지 주식을 오는 8월 말까지 전부 매각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변경했다. 삼성 관계자는 “매각 시한은 4개월 넘게 남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어 빨리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애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삼성SDI가 매각하는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삼성은 기관투자자에 파는 쪽을 택했다.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은 이 부회장이 지분 17.08%를 보유한 대주주다. 총수 일가와 계열사 우호지분을 합치면 지분율이 40%에 육박해 지배력에는 영향이 없다.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을 모두 털어낸다면 기존 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3개의 고리가 끊겨 삼성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는 4개만 남는다. 이 4개의 고리도 삼성전기나 삼성화재에서 삼성물산으로 연결돼 있어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주식을 모두 처분하면 완전히 해소된다. 삼성전기가 가진 삼성물산 지분은 2.64%, 삼성화재는 1.38%다.
재계는 삼성SDI의 삼성물산 주식 매각이 삼성의 순환출자를 완전히 끊는 첫 단추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달 지배회사 체제로 지배구조 개선을 선언해 남은 건 삼성뿐이었다. 삼성 측은 “남은 4개의 순환출자 고리 역시 이른 시간 안에 해소한다는 게 원칙이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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