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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광주서 두 달여 만에… 생활고 비관 60대 고독사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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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광주서 두 달여 만에… 생활고 비관 60대 고독사 발견

입력
2018.04.10 18:3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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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20만원 수개월째 밀려

삶의 피곤함 적은 일기장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60대 미혼 남성이 원룸에서 고독사한 지 두 달여 만에 발견됐다. 원룸에선 심한 악취가 풍겼지만 같은 원룸 주민 누구도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 남성은 자신의 일기장에 가출한 동거녀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 삶의 고단함을 적어 놓았다.

10일 광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51분쯤 광주 동구 무등로 한 원룸 건물 2층 방에서 A(63)씨가 숨져 있는 것을 원룸 주인(53)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주인은 “밀린 월세를 독촉하기 위해 A씨에게 찾아갔으나 문이 잠겨 있었다. 문틈 사이로 심한 악취가 나서 열쇠 수리공을 불러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A씨가 침대 위에 누운 채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A씨 집에선 성분을 알 수 없는 약 봉지 5개가 뜯겨진 채 널려 있었다. 소주병 10여개와 불이 붙지 않은 번개탄도 발견됐다. A씨는 20만원의 월세를 수개월째 밀린 상태였다.

지난해 12월 광주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나온 A씨는 원룸을 얻은 뒤 동거녀와 생활해 왔으나 최근 동거녀가 말다툼을 한 뒤 집을 나가자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1월 25일 남긴 마지막 일기엔 동거녀에 대한 그리움과 삶의 피곤함을 토로한 내용이 쓰여 있었다. 특히 A씨는 자신이 한 푼 두 푼 아껴 원룸에 보관해 놓은 수백만 원이 사라진 걸 두고 ‘사랑한다면서 돈을 왜 가지고 가느냐. 돈을 달라고 했으면 줬을 텐데’라며 동거녀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는 작년 추석 때 여동생을 마지막으로 만난 뒤 가족과는 연락을 하지 않고 생활해왔다.

A씨 원룸에선 시신이 부패해 악취가 심하게 났지만 빈 방이 많은 탓에 같은 세입자들도 A씨가 숨진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일기장에 ‘나는 이렇게 살다 죽고 싶다’는 글을 쓴 데다, 뚜렷한 타살 혐의점도 없는 점 등으로 미뤄 생활고 등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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