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2020년 1조달러 돌파
대규모 감세정책에 우울한 전망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규모가 오는 2020년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대규모 감세와 단기 경기 부양 정책이 맞물려, 적자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열린 부활절 행사에서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경제를 보고 있다”며 현 정부의 경제 성과를 자화자찬했지만, 공허한 빚 잔치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9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 30일 마무리되는 회계연도의 재정적자 규모는 8,040억 달러(약 857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년도 6,650억 달러보다 21%나 늘어난 수치다.
CBO는 2020년에는 적자 규모가 더욱 커져 1조 80억 달러(약 1,075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봤는데 이 역시 당초 전망보다 2년 앞당겨진 것이다. 누적되는 적자 규모가 늘면서 국가 부채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2028년 말 미국의 공공부채가 28조 7,000억 달러(3경 700조 원)까지 급증,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96.2%까지 뛸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미국의 GDP 대비 공공부채 비중은 77% 수준으로, 미국 언론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CBO는 재정 적자 폭이 급증하는 원인으로 지난 연말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통과시킨 감세 법안을 지목했다. 향후 10년 간 1조 5,000억 달러 규모로 세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인데, 그만큼 세수는 줄어든다. 여기에 지난 3월 미 의회가 국방 및 국내 인프라 건설 분야 등에 1조 3,000억 달러를 책정한 연방예산안을 통과시킨 것도 한 몫 했다.
문제는 재정 적자를 경제성장으로 상쇄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감세 정책을 추진하며 연간 3% 대 이상의 경제 성장으로 적자를 메울 수 있다고 호언 장담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CBO는 올해는 경제성장률이 3.3%까지 상승하겠지만,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2.4%, 1.8%로 확 떨어지며 경기가 점차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감세와 단기 경기 부양책이 반짝 성장 효과를 가져올 뿐 장기적으로는 재정난만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기엔 재정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경제가 호조일 때는 적자를 줄여 나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실은 논평에서 “미국 경제는 이미 완전 고용에 이르렀고, (더 이상) 경기 부양이 필요하지 않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또 “부채와 적자가 증가하면 결국 금리가 오르게 되고, 이는 경기 침체나 긴급 상황을 대비한 재정 운영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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