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데려올 때는 이런 상황을 예상 못했다.”
프로야구 KBO리그에서 활약 중인 대만 출신 투수 왕웨이중(26ㆍNC)이 야구대표팀 ‘선동열호’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경계 대상 1호로 꼽히자 소속팀 NC는 조심스러워했다. 팀에서는 든든한 에이스이지만 국제 대회에 나가면 한국 야구의 적이다. 그렇다고 나라의 부름을 받게 될 경우 못나가게 막을 수도 없다.
유영준 NC 단장은 10일 통화에서 “대만에서 왕웨이중을 아시안게임 명단에 넣는다면 선수와 구단이 상의해서 출전을 결정할 내용”이라며 “아직 시즌 초반이니까 좀 더 두고 봐야 하지만 선수가 대표팀에 가고 싶다면 우리가 막을 명분은 없다. 승부는 정정당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왕웨이중은 지난 1월 밀워키에서 방출 통보를 받고 NC와 총액 90만달러(약 9억6,000만원)에 계약했다. 이로써 KBO리그 외국인 선수로는 최초 대만 출신 선수가 됐다. 2011년 10월 피츠버그와 계약하며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그는 2013년 12월 룰5드래프트로 밀워키에 둥지를 틀었다. 201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90으로 부진했고, 2017년 다시 빅리그를 밟아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3.50으로 힘을 못 썼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대만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소속팀의 반대로 출전이 무산됐다.
비록 미국에서는 실패했지만 한국으로 건너온 왕웨이중은 기대 이상의 투구를 했다. 10일 현재 세 차례 선발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1.71로 1선발 역할을 확실히 했다. 시속 150㎞의 빠른 직구에 컷패스트볼(커터), 싱커, 커브, 체인지업 등을 고루 던진다. 미국에서 불펜 투수로 뛰어 이닝 소화능력에 물음표가 붙었지만 세 경기에서 평균 7이닝을 소화했다.
왕웨이중의 잇단 호투에 대표팀은 바짝 긴장했다. 선동열 대표팀 감독은 “대단히 좋은 투수다. 빠른 볼을 던지면서 공격적인 투구를 하고, 몸 쪽 승부도 잘한다. 대만 대표팀에 뽑힌다면 한국전에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아시안게임까지 남은 4개월 동안 더욱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경계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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