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적폐청산 작업과 관련, “정책상의 오류가 중대한 경우 정책 결정권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당시 정부의 방침을 따랐을 뿐인 중하위직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줘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부처별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일부 혼선이 있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선 “국민들은 TF의 권고를 정부 입장으로 인식하기가 쉽다”며 “그로 인한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또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적폐청산의 목적은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못한 정책과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는 데 있는 것이지, 공직자 개개인을 처벌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며 “따라서 명백한 위법행위는 사법처리가 불가피하겠지만, 단지 정책상의 오류만으로는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또 “각 부처는 그런 방침을 분명히 밝혀서 공직사회가 과도하게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각 부처별 적폐청산 과정에서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당시 잘못을 지적하며 바로잡겠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실무 공무원들은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는 지침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공동주택 재활용 폐기물 수거 대책 마련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일부 아파트단지에서 폐비닐과 페트병 등 재활용 폐기물이 제대로 수거되지 못하면서 큰 혼란이 있었다”며 “국민들께 불편을 끼쳐드려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번의 혼란이 발생하기까지 중앙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부족했다고 여겨지는 점이 많다”고 질타했다. 문 대통령은 “대표적으로 중국이 재활용 폐기물의 수입 중단을 예고한 것은 작년 7월이고, 실제로 수입 금지를 시행한 것은 올해 1월부터”라며 “중국의 수입이 중단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관계 부처들이 미리 대처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작년 9월부터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대책으로 고형연료제품(SRF) 사용을 제한하고, 사용허가제를 도입하고, 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했으면 재활용 폐비닐에 대한 수요 감소를 예상해야 했을 텐데, 그에 대해서는 대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외국에서 상대적으로 질이 좋은 재활용 폐기물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국내 폐기물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었는데도 별도의 대책이 있었던 것 같지도 않다”며 “이런 점들을 성찰하면서 재활용 폐기물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는 이번 사건을 생활폐기물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단지 수거처리뿐만 아니라 생산, 소비, 배출, 수거, 선별, 재활용 등 순환 사이클 단계별로 개선 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나아가서 생활폐기물과 관련한 생활문화와 생태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근본적인 중장기 종합 계획을 범부처적으로 마련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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