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110억 중 상당 다스 연관
부인하는 MB와 법정 공방 예상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부정청탁 증명 필요 없어”
직접 돈 받은 MB혐의 입증이 제3자뇌물 朴보다 수월할 듯
뇌물수수 등 18개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재판도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권력형 뇌물 사건’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비선실세 ‘최순실’ 같은 제3자에게 뇌물이 전달된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수수한 혐의가 적용됐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검찰 입장에선 ‘부정한 청탁’이 입증돼야 하는 제3자 뇌물로도 일부 기소된 박 전 대통령 때보다 혐의 입증이 수월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 가운데 선고 형량이 가장 무거운 건 박 전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뇌물수수 혐의다. 법원 판단에 따라 감경ㆍ가중 요소가 있을 수 있지만 현행법은 뇌물 총액이 1억원 이상일 경우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최근 1심에서 232억원 가량의 뇌물 액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24년에 180억원의 벌금을 선고 받았다. 그는 18개 혐의로 기소돼 16개가 유죄로 인정됐다.
기업이 출연하거나 지원한 돈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들어갔다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은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된 혐의가 다수 있었지만 이 전 대통령은 모두 직접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적용됐다. ‘제3자 뇌물’은 돈을 건넨 측이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이 반드시 증명돼야 하기 때문에 입증 과정이 까다롭다. 박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삼성으로부터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지원(204억원) 받은 혐의 등에 대해 무죄를 받은 것도, 법원이 부정한 청탁 존재 여부에 대해 개연성을 넘어선 명확한 증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본인이 직접 뇌물을 받은 사실이 없는 박 전 대통령의 경우보다 자기가 직접 이익을 향유한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통령 경우가 입증이 수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부정 청탁’ 여부가 핵심 쟁점인 박 전 대통령 재판과 달리 이 전 대통령의 경우는 ‘다스 실소유’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적용된 110억원대 뇌물 혐의 중 67억원 가량(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을 다스와 관련 지었기 때문이다. 또 다스 경영진과 공모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법인카드를 쓰는 등의 범죄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횡령)와 관련된 액수가 약 349억원에 달하고, 외교부 공무원을 통해 미국의 다스 소송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도 받고 있다. 여기에는 ‘다스는 MB 것’이라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은 “경영상 도움을 줬을 뿐, 다스 주식을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실소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MB가 다스 창업비용과 설립 자본금을 이 전 대통령이 부담했고 아들 시형씨를 입사시켜 임직원 인사를 주도하는 등 다스 경영에 관여한 증거도 확보했다. 무엇보다 과거 특검 등 조사에서 ‘말 맞추기’, ‘증거인멸’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다스 실무자ㆍ재산관리인들의 증언과 ‘다스는 MB 것’이라는 김성우 전 다스 사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측근의 실토가 나왔다. 다스 실소유주가 MB라는 사실이 충분히 입증된다는 얘기다. 법원은 이 10년 묵은 다스 실소유주 논란을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검찰은 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국정원특수활동비 수수 ▦다스 자회사가 현대건설에게 받은 2억원 대 뇌물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병행할 방침이어서 추가 기소도 예상된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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